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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가 휩쓴자리 묻지마 인종테러”…특정인종-종교 차별

입력 | 2004-09-14 18:53:00


미국의 9·11테러에 이은 러시아 북(北)오세티야 제1공립학교 인질극 참사 등 대형 테러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인종 차별 문제가 미국 유럽을 거쳐 러시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하는 무차별적인 테러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특정 인종이나 특정 종교를 믿는 교도를 무조건 차별하는 ‘집단 테러’도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13일 “미국과 유럽에서 인종, 종교 차별이 뒤엉켜 더 이상 대책 마련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고용 및 주택구입에서도 차별=국제사면위원회는 13일 낸 보고서에서 “미국인 3명 중 1명꼴(8700만명)로 경찰의 불법 검문과 조사 대상에 올랐다”며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이 같은 사실은 얼마든지 인종차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1년 9·11테러 이후 경찰, 공항 보안, 이민 등의 분야에서 미국 내 인종 차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슬람교도와 시크교도들은 물론 중동과 아시아 출신 시민과 방문자들이 최근 3년간 인종차별의 주요 표적이 됐다.

실제 국내 4대 경제단체장의 한 부인은 지난해 국제행사 참석을 위해 미국 방문을 하던 중 한 국제공항에서 주최측의 공식 초청장과 신분증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양말까지 벗어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면위원회는 미국 보안 당국이 인종적 구분에만 관심을 쏟아 오히려 백인 테러리스트들을 놓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헬싱키 인권연맹은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 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고용과 주택 구입에서조차 이슬람교도에 대한 차별이 나타나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체첸식 이름이어서 폭행”=북오세티야 제1공립학교 인질극 사건을 주도한 테러범 중 아랍인 등 10여 인종이 포함됐다는 것이 알려진 후 러시아에서는 아랍계 및 소수 민족에 대한 폭력이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의 항공기 조종사인 마고메드 톨보예프는 9일 체첸식 성(姓)을 가졌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톨보예프씨는 “모스크바 지하철역에서 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해 보여줬으나 내 성이 체첸식임을 알고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에서도 최근 괴청년들이 카프카스 출신인들이 운영하는 카페 세 곳에 침입, 집기를 부수고 몽둥이를 휘둘러 종업원 1명을 숨지게 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유럽에선 반유대주의 확산=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반(反)유대주의(Anti-Semitism)가 서방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에 반유대주의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는 것.

실제 최근 프랑스에서는 유대인을 겨냥한 폭력 사건이 급격히 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510건의 반유대주의 폭력 사건이 발생, 지난해 전체 593건에 비해 빠른 증가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유대인 공동묘지, 학교, 사원 훼손도 부쩍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유대인위원회의 코비 베너토프 의장은 “반유대라는 괴물이 소생해 우리 속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7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는 유대인 학생이 아무런 이유 없이 청년 5명에게 폭행을 당한 뒤 칼에 찔렸고 영국 맨체스터에서도 유대인 거주지역에 가짜 폭탄이 설치돼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유대인에 대한 학대행위가 늘자 프랑스에 살던 유대인 200명이 7월 말 한꺼번에 이스라엘로 이주했으며 2000년 이후 프랑스에서 이스라엘로 건너간 전체 유대인은 7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