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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말러, 베토벤을 눌렀다…올 연주에 가장 빈번

입력 | 2004-09-13 19:06:00


‘5 대 3.’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의 대표적 교향악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말러 교향곡 대(對) 베토벤 교향곡의 공연 횟수다(청소년용 음악회 제외).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난해 음악’의 대명사로 여겨져 기피 레퍼토리였던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이 베토벤을 누르는 인기를 얻고 있다. 1999∼2003년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예술의 전당이 진행한 말러 교향곡 전곡 시리즈 연주의 불길이 번져 나간 것.

● 국내 악단도… 해외 악단도…

올해 들어 서울에서만 KBS교향악단(5월), 대전시향(7월), 서울시향(8월) 등이 말러 교향곡을 연주했다. 9월 15일에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예술의 전당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하고, 10월 17일에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세종문화회관에서 로린 마젤 지휘로 같은 곡을 연주한다.

말러 연구서 발간도 잇달았다. 3월에는 말러 애호가인 김문경씨(서울대 박사과정)가 그의 초기 교향곡을 분석한 책 ‘말러 방랑과 뿔피리’를 출간했고, 최근에는 난삽하기로 악명 높은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말러 음악적 인상학’도 번역됐다.

● 왜 인기인가

서구에서도 말러 탄생 100주년이었던 1960년 이후 말러는 베토벤과 겨루는 교향악 거장으로 갑작스럽게 ‘신분 상승’을 했다. ‘현대인의 불안 및 자연회귀와 인생무상의 감정을 그려 냈기 때문’이라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히지만 말러 팬들은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고 말한다. 말러는 보통 80여분에 달하는 긴 교향곡 속에 자신이 들은 모든 음악적 스타일과 개인적 체험을 쌓아 놓았기 때문에 그의 곡 하나를 듣는 것이 하나의 ‘인생 체험’과 같다는 것. 심지어 그는 뉴욕필의 상임지휘자로 뉴욕에 머무르던 시절 본 뉴욕 소방관의 장례 행렬 장면의 북소리까지 미완성으로 남은 10번 교향곡에 삽입했다.

10월부터 2005년 6월까지 파리에서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할 예정인 지휘자 정명훈씨는 “말러는 연주자들을 자신의 고뇌에 동참시키도록 하며 ‘도전의식’을 일깨워 지휘자 시각에서도 매력적인 작곡가”라고 설명했다.

● 한국에서의 인기곡은

우리나라에서 즐겨 연주되는 말러 교향곡은 1번 ‘거인’, 2번 ‘부활’, 5번 c샤프단조 등 세 곡. 세 곡 모두 ‘어둠을 넘어 광명으로’라는 이상을 구현한 독일 교향곡 전통에 충실하며, 청춘의 정감이 투영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낙천적’으로 꼽히는 3번, 4번, 7번 등은 상대적으로 드물게 연주된다.

● 말러 다음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1960년대 말러 붐의 끝에 브루크너, 쇼스타코비치 등 편성이 큰 관현악 작품과 드뷔시, 시벨리우스 등 말러시대 작곡가들의 관현악 작품의 인기가 동반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말러 붐’을 주도했던 부천 필이 말러 완주 이후 말러의 동시대 작곡가이자 친구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영웅의 생애’ ‘돈 후안’ 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