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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공포에 비실비실?

입력 | 2004-08-17 20:42:00


‘테러 위협이 미국 선수들의 기를 죽였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개막 나흘째인 17일(오후 5시 현재) 미국은 금메달 3개로 중국(10개)은 물론 호주(6개)와 일본(5개)에도 뒤져 있다. ‘스포츠계의 슈퍼파워’로 자부하는 미국으로선 부끄러운 성적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미국팀의 부진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테러 위협에 따른 선수들의 심리적 위축’이 그 원인이라는 것.

미국 선수단은 테러 공포로 아테네에 입성할 때 삼엄한 경비를 받았고 공식 입촌식도 치르지 했다. 선수촌 숙소 밖에 너도나도 걸어놓는 국기조차 걸지 않고 있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선수들에게 ‘반미정서를 자극하지 말라’는 행동강령을 배포했다. ‘친절로 반미감정을 극복하라’는 USOC의 지침에 미국선수들은 ‘순한 양’으로 변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대표적인 악동이자 아테네 올림픽에 미국 농구 드림팀의 일원으로 참가한 앨런 아이버슨조차 “우리는 모범적인 시민으로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

이 같은 변화가 선수들의 공격성 상실로 이어졌고 미국의 초반 부진은 여기서 비롯됐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NYT 칼럼니스트 셀레나 로버츠는 “이라크전을 둘러싼 세계의 비난여론을 의식한 USOC가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올바른 행동을 강조하는 바람에 공격성이 실종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선수들의 사기를 띄울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선수단은 18일 시작되는 육상을 반전의 계기로 삼고 있다. 육상은 미국의 전통적인 메달 밭. 미국은 46개의 금메달이 걸린 육상 종목에서 종합1위 등극을 노린다.

악화된 세계의 눈총에 상처입은 미국 선수단. 그들은 지금 금메달 외에는 위안거리가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국팀 감독 선수들. 왼쪽부터 수영 자유형 200m 동메달 마이클 펠프스, 농구 드림팀 래리 브라운감독, 남자 비치발리볼 제프 나이가드.- 아테네=AP로이터뉴시스연합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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