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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서울]영화 ‘와일드 카드’의 녹사평역

입력 | 2004-08-06 18:45:00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의 실제 모습(위)과 영화 ‘와일드카드’에 나온 모습. 녹사평역은 독특하고도 화려한 설계로 각종 CF와 화보의 단골 촬영지가 됐다.- 장강명기자


“내가 신참 때 선배들이 이런 말을 합디다. 총은 쏘라고 주는 것이 아니다. 도망가는 범인의 뒤통수에 대고 힘껏 던져서 맞춰 잡으라고 준 것이다.”

영화 ‘와일드카드’(전국 관객 160만명)에서 오영달 형사(정진영 분)가 마약사범을 쫓다 실탄을 쏴 범인을 다치게 한 뒤 조사를 받으며 하는 말이다.

경찰 살인범의 행방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이 대사가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 대사를 쓴 이만희 작가는 ‘와일드카드’ 시나리오 집필 전 2년 동안 전국의 형사 200여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영화는 수사 과정을 현장 경찰의 시점으로 보여줘 ‘일선 경찰관들의 애환을 실감나게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에서 형사들은 수시로 생명에 위험을 느꼈고, 누군가의 남편이거나 아버지 또는 애인이지만 사생활은 항상 뒷전이었다. 주인공 방제수 형사(양동근 분)도 그랬다.

방 형사가 꽃다발을 들고 짝사랑하는 여경 강나나(한채영 분)에게 구애하는 장면과 구애 중 소매치기를 보고 쫓아가는 장면, 그리고 그 소매치기 일당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장면은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찍었다.

녹사평역은 호텔 로비 못지않은 화려하고 특이한 설계로 ‘와일드카드’뿐 아니라 각종 CF와 화보 촬영이 이뤄진 곳. 건축과 학생들이 단체견학을 오는 훌륭한 건축작품이다.

돔 형식으로 만들어진 유리지붕에서 지하 4층까지 햇살이 내려와 허공에 걸린 에스컬레이터와 유리계단에 반사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인테리어가 풍기는 강한 금속 느낌은 ‘이국적’이라기보다는 ‘우주정거장 같다’고 해야 어울릴 정도다.

영화에서 방 형사가 강나나를 쫓아가는 장면에서 배경으로 나와 눈길을 끄는 색유리 작품은 유리공예작가 최범진 안혜경씨의 ‘교렴’. 지하 2층에 걸려 있으며, 이 외에도 사진작품과 벽화 유리공예 등 다양한 미술품이 역 곳곳에 전시돼 있다.

이용객이 많지 않은 역을 이렇게 화려하게 꾸민 것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시공 당시 지하철역으로는 유일하게 마감공사에 전문 인테리어 업체가 참여해 6호선의 다른 역사보다 건축비가 평당 30만원 정도 더 들었다.

녹사평역은 훌륭한 예식장이기도 하다. 2001년 이후 지금까지 15쌍의 부부가 이곳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역 홈페이지(www.noksapyeong.wo.to)에서 신청을 받으며 임대료는 무료.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데이트 명소다. 용산전쟁기념관과 용산가족공원, 이태원이 녹사평역에서 멀지 않다.

(도움말=서울영상위원회 www.seoulfc.or.kr)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정기철씨(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4년)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