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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북스]‘싸우고 지는 사람,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

입력 | 2004-07-23 17:04:00


◇싸우고 지는 사람,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송병락 지음/294쪽 1만2000원 청림출판

지은이가 서울대 부총장을 지낸 경제학자라…. 책을 펼치기도 전에 “경제 전문용어가 수두룩해 골치 아픈 책이 아니겠는가”라고 지레 겁을 먹는 사람이 대부분 아닐까.

걱정 말라. 그런 책이 아니다. “경제를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술술 읽힌다 해서 건더기 없이 멀건 국물만 그득한 책이 아니다. 저자의 깊은 내공 덕분에 영양가 높은 건더기가 잘 곰삭아 있다.

‘전략을 모르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하는 이 책은 한국경제가 발전하려면 기업과 정부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개인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핵심 키워드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하라’는 것.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성공 사례를 보자. 대학생 시절부터 줄기차게 도축장을 드나들며 소를 손으로 직접 만진 경험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 현미경만 들여다 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었다. 선진국의 어느 유명한 학자가 악취 풍기는 도축장을 그토록 자주 찾겠는가.

지금은 경제전쟁시대…. 저자는 전쟁을 직접 하는 것은 기업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식당 편의점 학교 병원 문구점 꽃집 등도 해당된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번성해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한국경제 전체로는 글로벌 경제전쟁시대에서 이긴다는 것이다. 국력을 키우려면 정부는 줄이고 기업은 키워야 한다는 것.

한국을 선진국보다 2배 잘 사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저자는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만 하면 그 꿈이 이뤄진다”고 역설한다. 유럽의 가난한 나라 아일랜드가 급성장한 것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란 국가 목표를 이루었기 때문이란다.

세계 일류국가란 독자적 전략을 가진 나라다. 선진국을 모방만 해서는 일류가 될 수 없다. 한국만의 전략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세계 4대 강대국에 둘러싸인 자원빈곤국인 한국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야 한다. 젊은이들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두루 능통해 사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면 한국이 중심국가로 부상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저자는 서울대 부총장 시절에 많은 외국 귀빈들을 맞았다. 그들에게서 선물을 받고 뭘 답례로 줄까 고민하다 갓을 골랐다.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공식 모자가 바로 이것”이라 설명하며 뫼 산(山)자 모양의 대감 갓을 주자 모두들 대단히 좋아하더라는 것이다. ‘전략적인 선물’의 사례다.

저자는 서울대 교육행정연수원이 초중고교 교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연수강의에서 ‘최고 명강사’로 자주 뽑힌다. 저자의 강의를 직접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수강자 기분을 느끼면 되겠다. KBS MBC SBS EBS 가운데 어느 방송사가 먼저 그를 특강 프로그램 연사로 초청할까.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