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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중국 3천년의 인간력’…“군주는 배와 같고…”

입력 | 2004-07-02 17:45:00

중국 허난성 한구관(函谷關) 앞에 세워진 ‘소를 탄 노자(老子)상’. 노자는 인위적인 정치를 배격하는 ‘무위(無爲)의 철학’을 만들어 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중국 3천년의 인간력/모리야 히로시 지음 박화 옮김/572쪽 2만1000원 청년정신

“중국 고전은 어떤 주제를 다루든 ‘지도자론’이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동기를 이렇게 밝힌다. ‘손자’에서 ‘십팔사략’에 이르는 대부분의 중국 고전들이 ‘경세제민(經世濟民)’과 ‘응대사령(應對辭令)’의 철학을 다룬다. 경세제민이란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이다. 응대사령이란 설득, 교섭, 부하를 부리는 방법 등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오늘날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의 리더들이 멀게는 수천년 전의 고전에서 용인(用人)의 지혜를 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책 손자병법 등 낯익은 고전에서 삼사충고(三事忠告) 전습록(傳習錄) 등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책까지, 24권의 고전을 아우르며 지도자의 덕목을 살피는 이 책의 내용은 사뭇 방대하다. 저자 모리야와 고전 저자 24명의 가상 좌담 형식으로 몇 가지 내용을 들춰보면….

모리야=21세기의 리더들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난세를 헤치고 살아남아 후세에 지혜를 전달한 스물네 분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어떻게 해야 부하로부터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한비자=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인정이나 배려가 아니오. 공적을 세우면 상을 주고 실패하면 분명히 벌을 줘야죠.

오자=상벌 자체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부하들이 명령에 복종하며 목숨을 던지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만들어야죠. 공적을 세우지 못한 자도 격려해줘야 합니다.

유향(‘전국책’ 편집자)=전국시대 연나라의 곽외는 먼저 주변사람부터 아끼라고 말했습니다. 평범한 자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소문이 퍼지면 더 뛰어난 인재들이 몰려든다는 거죠.

장양호(‘삼사충고’ 저자)=그렇게 인재를 등용해도 믿지 못해 일을 맡기지 않으면 혼자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뿐더러 아첨하는 무리에게 이용될 수 있죠.

좌구명(‘좌전’ 저자)=지도자 중에는 자신이 공적을 독점하고 부하에게는 책임을 떠넘기려는 이들이 많죠. 그러나 춘추시대 진나라 왕 목공은 부하가 적에게 잡혔다 풀려나자 책임을 묻기는커녕 ‘짐의 불찰’이라며 사죄했어요.

모리야=모두 깊이 새겨두어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한국 일본은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데, 불리한 국면에 처한 지도자를 위해서는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홍응명(‘채근담’ 저자)=내리막의 징조는 번성기에 나타나며, 새 일의 시작은 쇠퇴함이 극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법입니다.

손자=승산이 적을 때는 상대방의 방심을 노리고, 적의 역량을 분산시키고, 오히려 싸움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야 하는 겁니다.

모리야=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겠군요. 그 밖에 21세기 지도자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바를 한마디 덧붙이신다면?

순자=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소.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전복시키기도 하죠. 듣기 좋은 말만으로는 아랫사람을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매사에 성실하고 공정한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길입니다.

1984년 초판이 나온 이 책은 20년 동안 200만부 이상 팔리면서 일본에서 ‘고전의 지혜를 응용한 인간학의 기본서’로 인정받고 있다. 원제 ‘中國古典の 人間學’.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