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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줄여도 실적은 아직…카드업계 신음 언제쯤 그칠까

입력 | 2004-06-14 17:50:00


지난해 11월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LG카드는 당시 8400명 수준이던 직원을 14일 현재 6300명으로 줄였다. 최근에 A부장이 회사를 떠나자 부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는 마지막 부장님이 됐으면 좋겠다”며 울적해 했다.

지난해 말 21조원에 달했던 회사 자산은 올해 3월 17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회사는 올해 말 14조원까지 몸집을 줄일 계획이다. 사무실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중구 남대문로로 옮긴다. 연간 40억원의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서다.

마른 수건을 짜듯 노력하고 있지만 실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1·4분기(1∼3월)에 채권단이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하면서 장부상 1211억원의 흑자를 냈다. 4월과 5월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다른 카드 회사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부실고객을 줄이고 우량고객을 늘리려는 전략도 잘 먹히지 않고 있다. 내수침체의 골이 워낙 깊어 우량고객도 씀씀이를 줄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매출 동시 감소=카드 사용액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올해 1·4분기 민간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4% 줄어들었다. 그러나 신용카드 사용액은 41%나 급감했다.

그나마 지난해 2·4분기(4∼6월) 이후 증가세를 나타냈던 신용카드 해외사용액도 올해 1·4분기에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분기에 해외에서 신용카드(직불카드 포함)를 사용한 국내 거주자는 모두 110만2000명으로 전 분기보다 9.4% 줄었다. 이들이 사용한 카드 금액은 6억1900만달러로 역시 7.9% 감소했다.

한국은행 외환심사팀 이희원(李熙元) 차장은 “국내와 국외 카드 사용이 동시에 줄어드는 것은 올해 들어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동유럽을 여행한 주부 김모씨(35)는 한국에서 바꿔 간 500유로로 모든 경비를 해결했다. 김씨는 “신용카드를 들고 가면 더 많이 쓸 것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 이외에 탈출구가 없다=카드 회사들은 2002년 하반기 이후 부실고객 정리 차원에서 현금서비스 대출 한도를 크게 줄이고 있다. 여기에 신규 매출마저 감소하면서 수익의 기반인 자산규모는 큰 폭으로 줄었다.

9개 신용카드 회사들의 자산규모는 올해 3월 말 현재 64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75조5000억원보다 11조2000억원(14.8%)이 줄어들었다.

한국금융연구원 지동현(池東炫) 선임연구원은 “카드대출과 신용판매가 함께 줄어들면서 카드업계는 탈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셈”이라고 진단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