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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황재성/“올드보이 신화 다시 한번”

입력 | 2004-05-30 17:20:00


요즘 한국 영화의 기세가 놀랍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탄 것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하는 한국 영화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양적인 발전도 엄청납니다. 관객 1000만명이 넘는 영화가 나오고 한국 영화의 관객점유율이 70%를 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산업이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보완해야 할 과제가 적잖다는 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지적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본시장의 미성숙입니다. 그래서 조만간 첫 상품이 선보일 ‘영화투자 전문펀드’는 영화산업에 오아시스와 같은 젖줄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첫 영화투자 전문펀드인 KTB자산운용의 ‘엔터테인먼트혼합형 1호 펀드’가 투자대상으로 선정한 작품 목록을 보면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 아니더라도 맘이 설렐 만한 작품이 많습니다.

우선 세계 영화계의 거장 자리에 오른 장이머우 감독과 천카이거 감독의 작품이 각각 한편씩 올라 있습니다.

장 감독의 경우 지난해 한국에서 상영돼 많은 인기를 누렸던 ‘영웅’의 속편격인 ‘영웅2’가 목록에 올랐습니다. 천 감독 작품은 한국 배우 장동건씨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 ‘무극’입니다.

한국 감독 작품으로는 지난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살인의 추억’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더 리버’와 예술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는 허준호 감독의 ‘행복’이 보입니다.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선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구상 중인 ‘징기스칸’과 요즘 한국 최고의 흥행배우로 불리는 송강호씨가 주연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남극일기’도 눈에 띕니다.

물론 영화펀드가 자금을 제대로 모아서 적절한 곳에 투자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요. 모처럼 조성된 영화산업 투자열기가 ‘올드보이’와 같은 좋은 작품을 양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황재성 경제부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