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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없어 결혼 늦춰 출산율 떨어졌다”

입력 | 2004-05-27 19:25:00


국내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데에는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덜 낳는 추세보다는 결혼연령의 전반적인 상승과 독신 풍조의 확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승권(金勝權)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책연구실장은 27일 ‘한국사회의 저출산 원인과 정책적 함의’ 논문을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김 실장은 이 같은 내용을 28, 29일 한국인구학회가 주관하고 통계청이 후원하는 ‘저출산 시대의 신(新)인구정책’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인 15∼49세에 평균적으로 낳는 자녀 수)은 1.17명.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1970년까지만 해도 매년 100만7000명씩 태어나던 신생아는 2000년 63만7000명, 2001년 55만7000명, 2002년 49만5000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80년대까지는 기혼 여성의 출산율 감소가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90년대부터는 결혼연령의 상승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합계출산율이 1.60명에서 1.42명으로 떨어진 1989년부터 1999년 사이의 인구변화를 분석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결혼연령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 기간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오히려 출산율을 높이는 쪽으로 영향을 미쳤지만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전체 출산율이 떨어졌다는 것이 김 실장의 분석.

기혼여성의 평균 자녀 수는 94년 1.8명에서 2000년 1.7명으로 떨어졌다가 2003년에는 1.78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최근의 출산력 저하가 기혼여성의 출산 감소보다는 미혼자의 결혼연령 상승과 독신에 주로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25∼29세 여성 가운데 미혼 비율은 1970년 10%에서 2000년에는 40%로 급속히 올라갔다. 30∼34세 여성 가운데 미혼 비율도 같은 기간 1%에서 11%로 늘었다.

▽돈 없어서 결혼도 못한다=최근 미혼남녀들은 결혼을 못한 이유로 ‘경제적 이유’를 많이 꼽고 있어 청년실업이 낮은 출산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39세 미혼남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24%가 현재 결혼을 하고 있지 않은 이유로 ‘경제적 기반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남자는 그 비율이 34%에 달했다.


▽출산율 급락은 일시적 현상?=최경수(崔慶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한국 출산율 하락 추이에 관한 분석’ 보고서에서 “2001년 이후의 급속한 출산율 하락은 일시적 현상이며 조만간 출산율 하락세가 완만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연구위원은 “최근 출산율이 급락한 것은 여성의 고학력화로 출산시기가 미뤄졌기 때문”이라며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2000년대 전반에 출산율이 최저점에 도달한 뒤 여성의 고학력화 속도가 둔화되며 출산율이 서서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최근 청년실업이 높아지고 주택가격이 상승한 것도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