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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조상은 농경민족”… 김욱교수 새 학설 제기

입력 | 2004-05-11 18:12:00


우리 조상의 주류가 기마민족이 아니라 농경민족이었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단국대 생물학과 김욱 교수(인류유전학)는 11일 연세대 공학원 대강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인의 유전자(DNA)를 분석해 기원을 추적한 결과 우리 조상의 주류는 중국 중북부의 황허(黃河)와 양쯔강 일대에 농경문화를 꽃피우던 민족이었으며 일부만이 북방의 유목 기마민족에서 유래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 결과는 지금까지 한민족의 기원에 대한 주요 학설로 인정받던 ‘북방(몽골) 기마민족 단일 기원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학계의 논란이 예상된다.

김 교수가 조사한 DNA는 미토콘드리아에 포함된 것. 사람의 DNA는 99%가 세포 내 둥근 핵에 모여 있고 나머지 1%는 핵 바깥(세포질)의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한다. 이 DNA는 4가지 염기(A, G, C, T)가 조합된 1만6500여개의 염기로 이뤄진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초미니 발전소’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할 때 정자는 핵 DNA만을 난자에 제공하며 세포질은 난자 것이 그대로 사용된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미토콘드리아는 모두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또 남성은 이를 자손에게 전달할 수 없으므로 미토콘드리아는 오로지 여성을 통해서만 대대손손 전해진다. 이 DNA는 돌연변이 속도가 일반 DNA에 비해 빨라 이를 조사해 계통도를 그리면 ‘이브’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인 185명으로부터 입안 상피세포를 채취했다. 최소한 4∼5세대 이상의 조상이 외국으로부터 귀화하지 않았으며 출신지가 전국에 골고루 분포된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미토콘드리아 DNA에서 돌연변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 등을 포함해 3000여개의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유전자형의 빈도 분포가 중국인의 95%를 차지하는 한족(漢族), 그리고 일본 본토인(혼슈인) 집단과 매우 비슷했으며 몽골과 시베리아 집단과는 유사성이 다소 낮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 결과는 우리 조상의 주류가 몽골에서 유래한 기마민족이 아니라 중국 황허하와 양쯔강 일대를 지배하던 농경민족이었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또 “일본인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것은 2300년 전 일본에 가서 농경문화를 일으켰다는 야요이민족이 바로 한반도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돗토리대 의학부 이노우에 다카오 교수팀은 기원전 4∼5세기 고대 야요이시대에 살던 일본인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현재 한국인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한국인과 몽골인 100여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하고 있는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생화학)는 “현재 각 민족이 갖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작업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며 “염기의 일부가 아니라 1만6500여개 전체를 비교해야 좀 더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