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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세이]윤득헌/올림픽의 理想을 보고 싶다

입력 | 2004-05-10 18:46:00


아테네 올림픽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개막을 앞둔 이맘때면 늘 두 가지 주제에 신경이 쏠린다. 하나는 우리를 포함한 참가 선수단의 활동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또 어떤 재미와 감동을 안겨 줄까. 이리저리 보도도 챙겨 보며 기대감에 잠긴다. 다른 하나는 사건 사고다. 과연 이번에는 테러나 사고 없이 편안하게 끝날까. 조바심이 가시지 않는다.

편견 없이 우호 단결 공정의 자세로 서로 이해하는 올림픽정신을 생각한다면 후자는 사실 거론할 일도 못 된다. 스포츠를 통해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 건설에 기여하는 게 올림픽이니 말이다. 하지만 올림픽의 역사에는 아름다운 기록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72년 뮌헨에서 이스라엘 선수 11명이 테러로 사망한 사건을 비롯해 정치적 갈등 표출의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올림픽의 이상은 허구라는 말이 옳다는 생각까지 맴돈다.

이번에는 어떠할까. 발상지 대회이니 만큼 전쟁 테러 등도 고대올림픽처럼 한동안 물러가면 좋으련만. 한데 안타깝게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가장 최근의 신호는 5일의 일이다. 아테네 교외의 한 경찰서 인근에서 폭탄 3개가 연쇄 폭발했다. 그리스는 ‘폭발이 국내 극좌파의 소행으로 올림픽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눈여겨볼 일은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는데도 사건이 일어났고, 그날은 바로 올림픽 D-100일이었다는 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미국 등의 대처도 예사롭지 않다. IOC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이 전쟁 테러 자연재난 등으로 취소될 경우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했다. 물론 IOC는 차후의 올림픽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수영 영웅 마크 스피츠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제기한, 테러 위협에 따른 미국팀의 불참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선수단을 선수촌이 아닌 유람선에 숙박시키기로 했다. 호주는 선수의 출전 여부는 개인의 의사에 맡긴다고 했다. IOC의 조치는 위기관리 정책의 일환이고, 미국 등의 대응은 순수한 예방 차원으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테러 발생 가능성 높음’이란 판단과의 상관성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다.

사실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의 안전 확보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테러범들이 테러 효과 극대화의 호기로 삼는 까닭이다. 1996년 올림픽 당시 미국은 애틀랜타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장담했다. 검색도 까다롭게 했다. 하지만 올림픽공원의 폭탄테러에 따른 사상자 발생을 막지는 못했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그리스가 안전문제에만 12억달러, 5만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고 하지만 세계의 테러 증후를 가라앉히기는 어렵다. D-100일 사건은 안전망의 구멍으로 비친다.

여러 나라가 자체 무장경비병력 파견을 거론하고 나선 것을 이례적 주장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물론 그리스는 안전요원 외의 무장병력 파견을 거부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대테러 경험이 있는 7개국과의 협력을 대응논리로 내놓았다. 아무튼 최우선의 일은 테러로부터 올림픽을 지키는 일이다. 그리스는 각국과 긴밀한 정보교환, 합동대책단 구성 등으로 올림픽 가족의 불안 해소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가뜩이나 민족주의, 국가주의, 상업주의로 멍든 올림픽이다. 테러가 올림픽의 최대 이슈가 될 수는 없다. 올림픽 발상지에서는 올림픽의 이상과 희망을 보고 싶다.

윤득헌 관동대 관광스포츠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