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 미국 군정당국과 영국 정부가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을 올해 초부터 이미 알고 있었으나 방치 또는 은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압 알 바시트 투르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 전 인권장관은 포로학대가 미군의 이라크 점령 직후인 지난해부터 자행되었다고 폭로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요르단에,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을 독일로 급파해 세계 여론 수습에 나섰다.
▽속속 드러나는 포로학대 실상=이라크 포로들에 대한 가혹행위는 미군의 이라크 점령 직후부터 미군이 주둔하는 전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폭로됐다.
투르키 전 장관은 프랑스 주간지 주르날 드 디망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알 자지라 TV가 9일 보도했다.
투르키 전 장관은 특히 포로들에 대한 가혹행위가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이전에 이미 바그다드공항 인근 도시인 움카스르 수용소 등에서도 자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지난해 11월 미국의 폴 브리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에게 경고했으나 마땅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도 “2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로부터 이라크 주둔 영국군이 이라크 수감자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9일 확인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포로학대 사실을 알고도 수개월간 이를 방치해 왔다는 것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7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더 많은 (학대) 사진과 비디오가 존재한다”고 시인했다.
▽강경 고수하는 미 행정부=학대에 가담한 미 여군 린디 잉글랜드 이병(21)이 7일 포로 폭행 및 학대 공모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금까지 기소된 미군 7명 중 한 명인 제레미 시비츠가 9일 처음으로 군사재판에 회부되는 등 관련자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군측은 학대가 자행된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 대한 폐쇄 여론에도 불구하고 8일 “수용소를 계속 운영할 것이며 포로 신문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도 8일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라크 포로 사건은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것”이며 “이라크에서 우리의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요르단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15, 16일)에 참석해 아랍권 내 반미감정 진화를 위해 팔레스타인 및 아랍권 대표들과 접촉할 예정이다. 라이스 보좌관도 17일 베를린에서 아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총리와 만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현안을 집중 논의한다.
▽들끓는 비난 여론=인권단체 국제사면위원회는 7일 미국에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을 전면 조사해 전쟁범죄를 자행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라크전 초기부터 미국에 가혹행위를 경고해 온 ICRC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포로 가혹행위는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조직적’으로 행해졌다고 지적했다. ICRC는 가혹행위가 고문에 가까운 것이었으며, 국제법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외신 종합 연합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이호갑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