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이후 15년간 이적표현물 논란을 겪고 있는 민중미술가 신학철씨의 87년작 ‘모내기’.
유엔 인권이사회는 민중미술가 신학철(申鶴徹)씨의 1987년작 ‘모내기’ 그림과 관련, 신씨를 구제조치해 줄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해 왔다.
18일 법무부에 따르면 유엔은 이 사건에 대해 “한국 사법부가 신씨에 대해 유죄 판결한 것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최근 결정했다.
유엔은 이에 따라 한국 정부에 △유죄 판결에 대한 보상 △유죄 판결 무효화 △법정비용 보상 △작품 원상 복구 및 반환 등의 구제 조치를 제시했으며 한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90일 이내에 통보해달라고 요구했다.
법무부는 유엔의 이번 결정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어떤 조치가 가능할지 검토해 다음 달 중 한국 정부의 조치를 통보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그러나 유죄 판결 무효화나 금전적 보상, 그림 반환 등을 위해서는 법원 확정 판결에 대한 재심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이번 이사회의 결정을 재심 사유로는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신씨는 2000년 “작품 ‘모내기’에 대한 유죄 판결은 인권규약 위반”이라며 진정했다.
신씨는 이 그림을 전시회에 출품한 혐의로 1989년 기소돼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나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뒤 1999년 국가보안법(이적표현물)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형 선고유예와 작품 몰수 등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작품 ‘모내기’가 남녘 농부들이 외세를 상징하는 코카콜라와 양담배 등을 바다로 쓸어 넣는 장면과 풍년을 경축하는 북녘의 모습을 담고 있어 이적표현물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