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 밭에 씨감자를 심고 있다. 6월 말 수확하는 감자는 노인복지시설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사진제공 희망의 토요학교
“저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흐뭇해요.”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인 오영은씨(30·여). 느릿느릿 이어가는 말 속에 뿌듯함이 묻어났다.
오씨를 비롯해 24명의 장애인과 자원봉사자 10여명은 3일 특별한 나들이를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 500여평의 밭에 씨감자를 심은 것.
손놀림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흙을 덮고 물을 주는 모습이 여느 농사꾼 못지않았다. 이들이 심은 감자는 6월 말 수확해 노인복지시설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들은 분당구가 올해 이색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사랑의 감자심기’에 참여한 것. 노는 땅을 경작해 불우이웃을 돕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이 일을 장애인이 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넉넉한 이들은 ‘희망의 토요학교’ 학생들. 희망의 토요학교는 장애인의 여가생활을 돕고 사회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분당구가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재활사업이다.
18∼30세 장애인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농사짓기와 장보기, 미술관 관람, 요리 강습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는 토요학교에 27명이 참여하고 있다.
토요학교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무지개동산 예가원의 김윤례 교무주임은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나 농사를 짓는 일은 장애인의 정서 순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불우이웃까지 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희망의 토요학교 학생들은 지난해에도 석운동 휴경지에 무를 심어 인근의 노인복지시설인 정성노인의 집 등에 전달했다.
분당구 사회복지팀 최광수 팀장은 “장애인이 수확한 농작물을 전달하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며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 자원봉사자들이 더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