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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최덕근/지구 ‘6번째 대멸종 시기’?

입력 | 2004-03-25 19:06:00


얼마 전 발간된 과학잡지 ‘사이언스(Science)’에 생물이 빠르게 멸종해간다는 자료를 담은 논문이 발표됐다. 그 논문의 연구자들은 영국에 서식하는 나비와 새, 그리고 식물의 종(種) 변화를 조사해 지난 20년 동안 나비는 71%, 새는 54%가 멸종했고 식물은 지난 40년간 28%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은 생물의 멸종속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지금이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생물 대멸종 시기’라는 학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지구는 약 6억년 전 생물계가 다양해진 이래 생물의 대량 멸종을 다섯 번 겪었다. 그 시기는 오르도비스기 말(4억4000만년 전), 데본기 후기(3억7000만년 전), 페름기 말(2억5000만년 전), 트라이아스기 후기(2억년 전), 백악기 말(6500만년 전)이다. 그 중 백악기 말 멸종이 특히 유명한데, 이때 중생대를 지배했던 공룡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뿐 아니라 그 멸종 원인으로 지름 10km의 운석이 충돌했다는 가설이 제안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중 백악기 말을 제외하면, 다른 시기의 멸종 원인은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멸종 원인으로 빙하시대의 기후 변화, 화산활동에 의한 생태계 파괴, 운석 충돌, 초대륙 형성에 따른 해양생태계 감소 등이 자주 거론된다.

현재의 생물 대멸종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 300만년 전 빙하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전까지 떨어져 있던 남북 아메리카 대륙이 연결됐고, 그 후 남아메리카 고유종들이 많이 멸종했다. 또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매머드와 마스토돈 등 커다란 동물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호주에서 유대류 멸종은 대략 2만년 전에서 1만년 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현재의 이러한 멸종은 모두 빙하 때문인가. 과거 여러 차례 빙하기가 있었지만 그때 반드시 멸종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최근 학자들은 멸종 원인을 인류의 활동에서 찾고 있다. 인간에 의한 생물 남획, 수풀 훼손, 그리고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온난화 등이 그것이다. 생물 남획은 직접적으로 생물의 개체 수를 줄이고 인구증가에 따른 수풀 훼손은 서식지를 감소시켜 궁극적으로 생물 수를 줄인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싱가포르가 1819년 영국 식민지가 된 이후 싱가포르 수풀의 90% 이상이 개발됐고, 그곳에 살던 동물의 87%가 사라졌다고 한다. 어떤 학자들은 인구증가 자체가 멸종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구증가는 자원 소비와 자연 훼손을 촉진시켜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서 기억해야 할 점은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멸종해 가는 동식물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멸종은 언젠가 우리 인류에게도 닥쳐올 것이다. 단지 인류의 멸망을 걱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도 우리와 똑같이 지구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생물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덕근 서울대 교수·지구환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