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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04]백화점 초저가 세일

입력 | 2004-01-08 18:03:00

서울 구로구 구로동 애경백화점 행사매장에서 신사 정장을 3만원부터 판매하자 알뜰 고객들이 대거 몰렸다. 겨울 외투와 정장을 번갈아 보는 한 남자고객의 손놀림이 바쁘다. 이번 행사는 11일까지. 전영한기자


8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애경백화점 여성주차장에 마련된 행사매장.

여기서는 백화점 정기세일과 함께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액시브 옴므, 가르시아, 아빌닥슨, 인클라인, 칸스로드 등 5개 브랜드의 신사 정장이 불과 ‘3만원’이었다.

세일을 하면 으레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한 초저가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세일기간(11일까지) 내내 신사 정장을 3만원부터 판다는 게 특징.

“사실 이번 행사를 많이 망설였습니다. 초저가 세일은 백화점의 고품격 이미지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불황엔 체면보다 실속 아닌가요.”(김종우 애경백화점 남성복 바이어)

사실 새해 들어 각 백화점이 세일에 들어갔지만 매출 실적은 신통치 않다. 지난해 세일 기간보다 5∼10% 정도 매출액이 떨어진 것. 하지만 애경백화점 행사매장은 주말 하루 판매액이 2억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행사와 비교해 최고 실적을 올렸다. 알뜰 행사가 얼어붙었던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리게 만든 것.

남편의 정장을 고르던 최영자씨(36·서울 구로구 궁동)는 “솔직히 정장이 3만원이라면 품질은 ‘꽝’일 거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직접 보니까 백화점 매장에 걸린 정장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만족했다.

특히 원숭이띠 고객들에게 50% 추가 할인을 해준 3일과 4일에는 하루 4000명이 넘는 고객이 몰렸다고 한다. 대기 손님의 줄이 50m를 넘었을 정도. 불경기를 이기려는 소비자의 알뜰함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번 행사는 협력업체에도 숨통을 틔워준 계기가 됐다.

“지난해 경기가 워낙 나빠 정장 재고(在庫)가 꽤 쌓였습니다. 사실 정장 1벌이 3만원이라면 원가 이하로 판다고 봐야죠. 하지만 하루빨리 재고를 현금화해서 다시 투자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경훈 액시브 옴므 영업부 차장의 말에서 불경기를 이겨 내려는 의욕이 느껴졌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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