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지구 토지 보상이 순조롭게 진척되면서 총 2조4641억여원의 보상금이 어디로 움직일지에 부동산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판교 인근 지역의 토지 상가는 물론 개발 호재를 갖춘 전국 각지의 저평가된 토지가 ‘보상금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판교발(發) 뭉칫돈’의 움직임이 올해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보상 급진전=8일 한국토지공사 한국주택공사와 성남시에 따르면 7일까지 체결된 판교신도시 수용토지에 대한 보상계약 금액이 1조4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상이 시작된 지 10여일 만에 보상계약 체결비율이 42.3%나 된 것. 지금까지 수도권 택지지구 조성사업의 초기 보상률이 10% 정도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4배가량 빠른 사업 진행이다. 사업 주체별 계약률은 △토지공사 38.8%(4734억여원) △주택공사 52.3%(3835억여원) △성남시 36.2%(1855억여원) 등이다.
토지공사 판교사업단 이승득 과장은 “보상금이 공시지가의 평균 200%선으로 수도권 택지지구 평균 보상률 130%에 비해 높게 책정돼 주민들이 선선히 보상에 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교에 살면서 8년 이상 농사를 지은 자경농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땅을 팔면 최고 2억원(올해부터는 1억원)까지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것도 계약 체결을 재촉한 요인.
아울러 성남시가 양도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물어야 하는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 그 전에 보상받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상금 효과, 어떻게 나타날까?=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주변 시군 지역의 토지와 상가 오피스에 대한 입질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가격을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지만 거래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
분당신도시 ‘오렌지부동산’ 이춘모 대표는 “지난 연말 이후 ‘안성 평택 여주 등 평균 평당 땅값이 10만원 이하 지역에 있는 괜찮은 땅을 잡아달라’는 요청이 5건 들어왔다”고 말했다. 멀리는 충남 아산 당진 쪽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보상 시작과 동시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판교에 땅을 갖고 있는 외지인들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땅으로 돈 번 사람은 땅을 떠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판교 보상의 최대 수혜자는 수도권 지역 토지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분당신도시 정자역과 백궁역 주변의 상가 거래도 최근 활발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L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이 일대에서 9억∼10억원짜리 상가사무실 복합건물이 10여건 거래됐다”고 말했다.
판교 건너편 이매동의 ‘현대공인’ 김경옥 실장은 “가까이는 경기 여주, 멀리는 강원 홍천, 충남 아산 등지의 매물을 탐색하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고속철 개통 등의 개발 호재로 최근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는 매도자가 추가 가격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회수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판교지구에서 농사를 지어온 원주민들은 대체로 마땅한 이주지나 대체농지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판교지구 내 ‘원주민부동산’ 관계자는 “보상금을 받아봤자 빚 갚기도 빠듯하다고 하소연하는 원주민이 적지 않다”면서 “가급적 고향 가까이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웬만한 곳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땅값과 집값이 올라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