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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구조할 때까지 포기 못한다"

입력 | 2003-12-09 00:03:00


“6일 실종된 대원 3명을 구조하러 나갔다가 7일 실종된 대원 5명 중 1명은 숨졌고 4명은 구조됐다. 안타깝게 숨진 대원은 전재규 연구원(27)이다. 생존자 4명은 남극기지와 직접 교신했다. 이들은 현재 구조돼 러시아 기지로 이동 중이다. 전 연구원의 시신은 추후 운구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생사가 불투명한 대원은 6일 실종된 대원 3명인데 모두 구조될 때까지 우리는 절대로 포기하지도, 희망을 놓지도 않을 것이다.”

8일 밤(한국시간) 본보와 국제전화로 잇따라 연결된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남상헌(南相憲) 최문영(崔文榮) 책임연구원은 “지금 이곳은 모두 안타깝고 착잡한 심정”이라면서도 반드시 남은 실종 대원들을 찾겠다는 비장한 결의를 다졌다.

남 책임연구원과 최 책임연구원은 나란히 이학박사로 1990년부터 91년까지 각각 제3, 4차 월동(越冬)대원으로 활약한 바 있다. 이들은 이번에는 월동대원이 아니지만 남극 지질 연구를 하기 위해 지난달 말 2∼3개월 일정으로 현지에 합류했다.

―구조 상황부터 전해 달라.

“밤 동안 수색을 잠시 중단했으나 8일(현지시간) 오전 5시경 날이 밝으면서 육상수색을 개시했고 곧이어 해상수색을 시작했다. 육상수색에는 중국 러시아 칠레 기지가 참여했고 해상수색에는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선박이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오전 8시32분경 2차 사고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실종대원의 것으로 보이는 가방 2개를 발견했고 곧이어 10시20분경 러시아 수색대가 중국 기지 옆의 아들리섬 대피소에서 생존자 4명과 숨진 1명을 발견했다고 무전보고를 해왔다. 이어 이들과 통화가 됐고 숨진 대원의 신원이 확인됐다.”

―현지 표정은….

“지금 한국에서 가족들이 계속 연락을 해오고 있다. 모두들 초조하고 불안해한다. 시시각각 이곳 상황을 전해 주고 있으나 답답하다. 현재 여기 남아있는 대원은 실종된 대원들을 모두 구조할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각오다.”

―실종 경위를 설명해 달라.

“지난 1년간 근무한 대원들의 귀국을 배웅하기 위해 6일 오후 기지에서 바다 건너 10여km 떨어진 칠레 기지로 갔다. 칠레 기지에서 공군기로 칠레로 건너간 후 귀국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데려다 주고 고무보트 2척에 나눠 타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기상이 악화돼 안개가 자욱하고 눈보라와 바람까지 거세졌다. 길을 잃고 헤매다 3명이 탄 고무보트 1척이 실종됐다. 12월 6일 오후 5시30분경이었다.”

―두 번째 보트의 실종 경위는….

“이튿날인 7일 오전 8시30분경 실종됐던 강천윤 부대장으로부터 안전하게 잘 있다는 무전이 왔다. 하지만 이들은 길을 잃어 현재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전기 배터리도 거의 다 닳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당장 구조하러 나서려 했으나 기상조건이 너무 안 좋아 오전에 대기하고 있다가 이날 오후 6시부터 준비해 7시에 5명의 대원이 수색·구조하러 떠났다. 기지 앞에서부터 해안가를 따라 우루과이 러시아 칠레 중국 기지에 이르는 길을 따라 찾아 나섰고 이 과정에서 실종됐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