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사 부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는 20, 21일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 35명을 초청해 ‘북한, 다자주의,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행사는 외교안보연구원,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독일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 일본 시즈오카연구소, 미국 아시아재단이 공동 주최했다. 동아일보와 두산중공업 후원. 미중일 3국 전문가 인터뷰는 20일 첫날 회의를 마친 뒤 동시에 진행됐다.》
학술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1차 북한 핵 위기를 잠재우면서 1995년 태동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8년간 활동에 대해 ‘다자주의 틀에서 위험천만한 안보 문제를 성공적으로 다뤘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경수로 사업 중단은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전문가들은 또 △군사적 압박은 효과적이지 않다 △북한에 다양한 옵션을 줘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 전담 조정관을 두라는 등의 제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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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日 회의 참석자 인터뷰
동아일보 부설 21세기 평화재단 주최로 20, 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북한 국제학술회의는 열띤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첫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교훈’을 주제로 한 회의는 조엘 위트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정면의 왼쪽에서 네 번째)이 사회를 맡았다. -전영한기자
▽KEDO와 경수로 사업=잭 프리처드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전 미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대사)은 “미국으로선 KEDO가 추진한 경수로 사업을 통해 북한이 ‘핵 정보’를 손에 넣게 된다는 사실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경수로 사업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또 “2003년까지 경수로를 완공한다는 제네바 합의 당시의 구상은 비현실적이며, 94년 체결한 제네바 합의가 (구속력을 지닌) 조약과는 다르다는 점을 그동안 북한에 설명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때부터 KEDO 업무를 담당해 온 장선섭(張瑄燮) 통일부 경수로기획단장은 “KEDO 내에 경수로 사업의 장래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도 많지만, 그 반대도 있다”며 경수로 사업의 재개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엔도 데쓰야 일본 원자력위원회 부위원장은 경수로 사업이 북한에 ‘지나친 혜택’이란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KEDO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의무 이행의 중요성은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 정부가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 가능성을 간과한 점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까지 외교부 북미국장을 지낸 심윤조(沈允肇) 외교안보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수로는 완공하지만, 북한의 핵물질 접근은 철저히 막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경수로 사업 반대 정도가 ‘90% 이상’인 것이 현실이지만, 1조원이 넘게 투입된 공사를 포기하는 것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 핵 위기의 오늘과 내일=참가자들은 “북한의 핵개발 의도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면서도 핵카드는 대외협상용, 정권보호용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파키스탄처럼 핵개발을 통해 국제사회의 정치 경제적 원조를 얻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향후 북핵 처리과정에서 북한을 너무 압박하는 것은 문제 해결과 거리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과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의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했다”며 “정치적 압력이나 군사적 위협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학 국제정치학 교수는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미국이 북한의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 대북한 압박수단을 몇 개월간 자제하고 △국제적 협력 아래 강온 양면 정책을 마련해 북한에 제시한다는 것.
최강 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팀장은 “북한에는 압박과 경제적 지원을 통한 설득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병준(安秉俊) 일본정책연구대학원 초빙교수는 “클린턴 행정부의 경험을 살려 부시 행정부도 한반도 문제를 전담하는 조정관을 두고 지속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KEDO에서 북한 접촉창구 역할을 해 온 로버트 칼린 KEDO 정책기획 부국장은 “북한에 실체적이고 다양한 옵션을 주는 것이 관건이고, 이런 메시지가 최고 결정권자에게 정확히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 때는 미국의 협상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미 하와이 아태안보연구센터 교수는 “2차 6자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결코 협상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프리처드 전 대북교섭담당 대사도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너무 흑백 논리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포럼 참가자 명단▼
1부:KEDO의 교훈
장선섭(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장) 엔도 데쓰야(일본 원자력위원회 부위원장) 잭 프리처드(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
2부:다자주의와 북한
안병준(일본 정책연구대학원 초빙 교수) 조엔 도시(영국 리즈대 교수)
3부:북한의 핵개발 의도와 능력
윤덕민(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루에디게르 프랑크(오스트리아 빈대 객원교수) 후루카와 가쓰(몬테레이 국제학대학원 비확산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알렉산드르 보론초프(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과장)
4부: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잭 프리처드, 예브게니 아파나셰프(러시아 외무부 아시아1국장) 스인훙(중국 런민대 교수) 야마오카 구니히코(일본 요미우리신문 논설위원)
5부:북핵문제 해결책
최강(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팀장) 로버트 칼린(KEDO 사무국 정책기획 부국장)
6부:아시아 다자주의의 미래
알렉산드르 만수로프(미 하와이안보연구센터교수) 프랑크 움바크(독일 외교평의회 선임연구원) 지유(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