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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피부과…윤재일 교수

입력 | 2003-11-16 17:40:00

서울대병원 윤재일 교수가 건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광선 치료기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김동주기자 zoo@donga.com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 교수(56)는 세 가지가 많아 ‘3다 교수’로 통한다.

첫째 환자가 많다. 현재 그의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5000여명.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한때 초진을 받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했고, 최근 초진 환자 진료를 늘렸지만 여전히 5∼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그의 부인은 윤 교수가 오전 진료시간을 넘겨 점심식사를 거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정성들여 도시락을 싸준다.

둘째 이 많은 환자 사례를 꼼꼼히 분석 연구한 덕에 연구 논문이 많다. 그는 지금까지 국제 학술지 78편, 국내 223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셋째 제자가 많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 화를 내는 법이 거의 없다. 제자가 잘못한 경우에도 꾸중이 교육에 도움이 되는지 여러 번 생각한 뒤에 실천에 옮긴다. 그는 제자와 동료 교수들의 추대에 따라 최근까지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건선(乾癬) 치료의 대가로 환자의 80%가 건선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건선은 어떤 질환인가.

“인구의 1% 정도에서 생기는 만성 피부병이다. 온몸의 살갗에 작은 좁쌀 같은 것이 오돌토돌 올라오고 이 위에 새하얀 비듬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여 나타난다. 주로 팔꿈치, 무릎, 엉덩이, 머리에 잘 생긴다. 환자 중에는 건선을 습진, 아토피 피부염 등으로 알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흔하다. 손, 발바닥과 손발톱에도 생기는데 이때 무좀 치료만 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 피부에 기름기와 수분이 적은 건성피부와 건선을 같은 병으로 아는 사람도 있지만 둘은 전혀 다르다.”

―건선은 왜 생기는가.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피부 자극이나 상처, 편도염 감기 중이염 등의 감염과 관련이 있고 일부는 유전적 원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가 ‘오버’해서 면역물질을 많이 만들고 이 때문에 피부의 바깥층인 표피의 세포가 자극 받아 보통 사람의 5∼10배 마구 자라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건선은 치료가 안 되는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은 ‘완치는 안 되지만 치료는 되는 병’으로 바뀌었다.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80∼90%에서 원래 증세의 90% 이상이 사라진다. 그러나 아직 재발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피부과 전문의들은 재발을 늦추거나 줄이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치료하나.

“환부에 연고를 바르는 것과 빛을 쬐는 광선 치료, 약 복용 등으로 치료한다. 요즘에는 치료법을 병행하거나 순차적으로 사용해 고치는 방법으로 효과를 보기도 한다. 특히 최근엔 T세포를 진정시키는 사이크로스포린, 아메바이브, 랩티바 등이 잇따라 나와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광선 치료의 국내 대가로 1982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이 치료법이 개발된 직후 이 치료법을 배워 국내 환자의 실정에 맞게 변형해 보급시킨 주인공이다.

―건선은 언제 가장 심해지나.

“바로 지금이다. 건선은 환절기와 겨울에 증세가 심해지는데 지금은 두 가지가 겹치는 때 아닌가. 건선이 추운 날씨와 관련 있다는 것은 유럽의 발병률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비교적 따뜻한 지중해 국가에서는 우리와 비슷한 1% 대이지만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3%까지 올라간다. 또 건선 환자들은 ‘공기가 좀 건조하다’고 느끼는 순간 증세가 악화된다.”

윤 교수는 실내 냉난방 시스템, 자동차 생활, 잦은 목욕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점점 건조한 환경 속에 지내고 있으며 이 때문에 피부가 조로(早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환경에서 피부는 어떻게 변하나.

“날씨가 건조하면 피부도 수분을 빼앗겨 건조해지고 가려움을 타게 된다. 이 때문에 벅벅 긁어 건성 습진이 생기곤 한다. 이런 상태가 오래되면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거칠어지며, 날씨가 건조하면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담배를 한두 개비 피운다고 금세 폐암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오랜 흡연이 폐암을 유발하는 것처럼 피부를 해롭게 하는 잘못된 습성이 오래되면 피부가 빨리 늙는다.”

―건조한 환경에서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목욕 뒤에는 기름기와 수분이 함께 증발되므로 지나친 목욕은 피부 건강에 좋지 않다. 너무 자주 목욕하거나 탕에 오래 있는 습관은 버리는 것이 좋다. 목욕 후에는 반드시 보습제를 바르도록 한다. 정 바쁘다면 가장 건조해지기 쉬운 정강이 부분과 바깥쪽에는 보습제를 바르도록 한다. 특히 다른 때는 몰라도 지금부터 12월까지는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때를 미는 것도 피부에는 독이다. 사람들은 피부에 묻은 먼지나 잡균 등을 없애려고 때를 밀지만 각질세포와 수분, 피지 등이 함께 ‘몰살’된다. 때는 밀지 않는 것이 좋고 굳이 때를 밀어야겠다면 목욕 뒤 보습제를 듬뿍 발라야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

피부질환 분야의 베스트닥터로는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8개 대학병원의 피부과 교수 79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피부 질환이 있을 때 치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는 피부과 영역이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수많은 사람이 추천을 받았지만 특히 40대 후반의 ‘기둥’들이 집중적으로 추천을 받았다. 개원가에서 명의로 추천받은 의사들은 대부분 대학병원에 있다 최근 개원한 의사들이었다.

▼피부과 10인의 명의들▼

▼희귀질환 베체트병 세계적 권위▼

▽방동식(54)=희귀 질환인 베체트병의 세계적 권위자. 1983년 스승인 이성낙 아주대 석좌교수와 함께 국내 처음으로 세브란스병원에 베체트병 특수클리닉을 개설했다. 올해에는 베체트병의 새로운 항체검사법을 통한 객관적 조기진단법을 개발, 발표했다. 미국피부과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고 대한피부연구학회 이사장과 대한피부과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했다.


▼피부림프종 진단 연구에서 독보적▼

▽조광현(51)=피부암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며 특히 한국인에게 발생하는 피부림프종의 진단 연구에서 독보적이다. 한국인 특유의 피부병을 밝혀내는 데 기여했다. 얼굴에 수포가 생기며 흉터를 남기는 종두상 수포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혈액종양으로 이행하기도 하며, 피부암이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피부병리학 체계화 학문수준 높여▼

▽고재경(57)=국내 피부병리학의 최고 원로. 기초와 임상을 통틀어 피부과 전반의 근본이 되는 피부병리학을 발전시켜 피부과의 학문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밑거름이 된 학자로 평가 받고 있다. 다른 병원 의사가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희귀한 환자에 대한 자문을 도맡아 하고 있다. 곰팡이 진균에 의한 무좀과 여드름, 피부암 치료에도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건선-백반증-모발질환 치료 정평▼

▽최지호(48)=건선, 백반증, 모발 질환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루 100여명의 환자를 친절하고 세밀하게 치료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 미시간대 의대에서 건선의 신호 전달 체계에 대해 연구했고 건선의 발생 과정, 면역 치료법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대한건선학회 총무이사, 대한피부연구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다.

▼알레르기-아토피-유전질환 전문가▼

▽양준모(48)=유전성 피부 질환 및 접촉,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의 전문가. 특히 ‘알레르기 센터’에서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의 의사와 협진해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하는 아토피 피부염을 성공적으로 치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피부질환 유전체 연구센터’를 이끌며 아토피 피부염의 분자생물학적 특성 규명,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접촉피부염 등 연구 뛰어난 성과▼

▽김형옥(55)=접촉 피부염 및 모발 질환의 권위자. 피부 독성학과 접촉 피부염, 경피 흡수, 표피의 지질과 장벽, 모발 질환 등과 관련한 연구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한피부장벽학회 회장, 접촉피부염 및 피부알레르기학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 대한코스메틱피부과학회 부회장(차기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원형탈모증-앞머리 탈모 치료 명성▼

▽심우영(47)=한 해 1만여명의 탈모 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특히 원형탈모증과 앞머리 탈모 치료에 정평이 나 있다. 모발이식 후 지속적 약물요법으로 치료율을 높이고 있으며 환자를 위해 다양한 치료법의 보험 적용을 위해 힘쓰고 있다. 1999년 대한피부과학회 모발연구위원회의 창립 이래 현재까지 이 학회의 총무를 맡아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인의 아토피 피부염 특징 규명▼

▽김규한(46)=한국인의 아토피 피부염 특징을 규명했다. 심한 아토피 피부염에 대해 증세에 따라 새 치료법을 시도하거나 여러 약을 조합해 치료해 치료율을 높이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스트레스를 받아 증세가 악화될 때 신경 펩타이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규명했다. 최근에는 모발과 노화에 관한 임상연구와 기초연구를 함께 시행하고 있다.

▼흉터-피부질환 레이저 치료 몰두▼

▽계영철(48)=국내 최초로 어븀 야그 레이저 치료기를 도입했고 여드름 흉터, 색소 질환 등 다양한 피부과 질환의 레이저 치료에 몰두하고 있다. 레이저 박피술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힌다. ‘레이저의 임상적 이용’, ‘레이저 박피술’ 등 저서와 매년 개원의를 위해 개최하는 심포지엄 등을 통해 레이저 치료의 학문적 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반증에 자가표피 이식술 도입▼

▽이애영(47)=1987년 국내 처음으로 백반증 환자에게 자신의 정상 표피 부위를 치료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 표피 이식술’을 도입했으며 이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백반증을 스테로이드 외용제와 국소치료제를 병용해 치료하고 있다. 멜라닌 세포의 증식을 위해 멜라닌 줄기세포 배양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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