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아니라도 미래를 함께 맞자고 약속한지 5년. 오늘 아침 ‘우리도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을 땐 정말 당황했다오. ‘진행형’으로 보자며 겨우 얼버무리고 혼자 생각했지. 화려하지는 않더라고 시간을 쪼개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살자던 약속 말이오. 둘째의 출산예정일이 달포도 남지 않은 당신이 ‘오늘 하루만 일찍 들어와 침대 옮기는 것을 도와 달라’고 했을 때 흔쾌히 답하지 못하고 출근해 버렸지.
어렵고 힘든 것은 당신의 말처럼 ‘그냥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오. 더 젊은 시절엔 힘차게 살 자신이 있었는데 벌써 내가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소. ‘로또’ 대박이나 상사의 꾸지람에도 자극을 받지 못한 채.
그래도 나에겐 가족이 있소. 얼굴도 못 보고 출근한 아빠한테 ‘안녕’이라고 인사 못했다고 전화로 칭얼대는 아이, 그리고 당신.
만삭에 소화불량과 변비, 게다가 감기까지 겹쳐 고생이 많구려. 출산 준비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번 주말에는 아기 옷을 사러 갑시다. 그 길에 희망과 행복이라는 녀석들을 꼭 안고 옵시다.
김진석 서울 관악구 신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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