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 억원이 들어가는 사업도 용역을 맡기는데 수 천 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덜컥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경남도의회 한 의원의 지적처럼 김혁규(金爀珪) 경남도지사와 이덕영(李德英) 정무부지사 등이 ‘F1(포뮬러 원)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 유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의견 수렴은 물론 전문기관의 타당성 조사 한번 없었기 때문이다.》
▽대회 유치 어디까지 왔나=김 지사가 F1 유치 의사를 내비친 것은 지난해 말. “1999년부터 F3 대회를 열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차 및 관광산업 발전을 꾀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김 지사는 17일 영국 런던에서 FOM(포뮬러 원 매니지먼트)과 F1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이와 별도로 대우, 롯데 등 대기업체에 투자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경남도는 내년 3월경 F1 대회를 총괄하는 FIA(국제자동차연맹)와의 본 계약 체결을 전제로 민관(民官)이 공동 투자하는 ‘제 3섹터 방식’의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부산, 진해 신항만 배후 부지(현재는 공유수면) 40여 만평에 3000여억원을 들여 2008년까지 경주장을 건설한다는 계획.
▽얼마나 검토했나=F1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경주장 예정지는 당초 거제 장목관광단지에서 부산, 진해 신항만 배후부지로 변경됐다. 사업추진도 “비용이 많이 들어 국책사업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정부 반응이 시큰둥하자 제 3섹터 방식으로 바꿨다. 첫 대회 개최연도 역시 2007년에서 2008년으로, 다시 2009년으로 늦춰 잡았다.
이처럼 오락가락 하는 것은 F1에 대한 사전조사는 물론 기본 지식마저 부족한 상태에서 유치를 발표한 뒤 문제가 생길 때 마다 꿰맞추는 식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FIA와의 협의, 자료 수집 등은 사단법인 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 의존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역시 경남도의 독주를 적절히 견제하지 못했다. 뒤늦게 F1 일본 그랑프리를 견학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헤매는 것은 경남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의 과제=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예정된 부산, 진해 신항만 부지 수십만평을 항만기능과 무관한 자동차 경주장 등으로 ‘전용(轉用)’하려는 것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외국 관광객 유치라는 명분도 F1을 개최중인 일본 등의 경우 관람객 대부분이 자국민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본 F1 그랑프리를 견학한 도의원 가운데 일부는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므로 대회 유치를 생각할 필요는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원들은 “타당성 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사업비 조달 방식과 사업 추진 주체 등을 면밀히 따질 것”이라고 밝혀 의회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