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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함구령 위반’격노…"국민투표 유보가능성 발설자 문책"

입력 | 2003-10-15 18:46:00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카드에 대해서는 ‘노무현 스타일을 밀어붙인 것’(통합신당 신기남·辛基南 의원)이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노 대통령은 1989년 13대 의원(통일민주당 소속) 시절, 당시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의 중간 평가 국민투표 제안에 야권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면 돌파’라는 소수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중간 평가를 들고 나오자 야권은 내심 자신이 없었다. 통일민주당도 반대했다. 하지만 나는 당시 김영삼(金泳三) 총재를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중간 평가를 해야 한다.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적고 있다.

그는 이어 “YS에게 ‘중간 평가에서 이기면 총재님과 김대중씨가 표로 대결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정국의 혼란 같은 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논리를 풀어 가면 된다’고 말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YS는 며칠 뒤 통일민주당 당무회의 직전 당시 노 의원에게 “지난번 나에게 한 얘기 있지. 그걸 오늘 회의석상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해주게나”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DJ의 반대로 국민투표는 무산됐지만 유리하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하려는 YS의 뱃심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런 노 대통령은 15일 일부 언론이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야당이 반대하면 청와대가 국민투표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간 데 대해 이례적으로 “경위를 밝혀내 관계자를 엄중 문책하라”고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입장은 13일 국회 연설에서 한발짝도 나간 것도 후퇴한 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14년 전에도 거의 혼자 밀어붙이자고 했던 노 대통령이 지금 자신의 정면 돌파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듯한 움직임에 격노한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