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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선원 선수금 사기’에 선주들 발동동

입력 | 2003-10-07 22:31:00


“선주(船主)는 빚을 갚으려고 또 사채를 써야하는 판인데 거액을 사기한 사람은 벌금만 내면 되다니….”

6일 오후 인천 중구 연안부두 인천수협 공판장에서 만난 선주들은 이렇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다.

경수호 선주 노종우씨(60)는 지난해 봄 꽃게잡이(3∼6월)를 앞두고 선원으로 일하겠다는 장모씨(32)에게 선수금 500만원을 줬다. 선수금은 채용을 조건으로 선원에게 미리 주는 몇 개월 치의 월급을 말한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풍조 때문에 선원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던 노씨에게 장씨는 고마운 존재였다.

그러나 장씨는 꽃게를 잡기 위해 처음 출어하기로 한 날 나타나지 않았다. 장씨는 또 다른 닻자망인 유덕3호를 타기로 이중계약을 맺고 선주에게 500만원의 선수금을 받은 상태였다.

지난해 3월 인천해양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노씨는 올 7월 인천지검에서 ‘고소고발사건 처분결과 통지서’를 받았다. 장씨에게 벌금형을 내렸고 사건을 종결한다는 내용이었다.

노씨와 또 다른 선주로 보면 장씨에게 지급한 선수금을 고스란히 날린 셈이다. 민사소송을 통해 선수금을 받는 방법이 있지만 장씨의 주거지가 명확하지 않아 소송을 내기 어렵고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강호 선주인 김탈복씨(55)도 올 7월 선원이 되겠다는 이모씨(35)에게 사채를 빌려 선수금 700만원을 줬지만 결국 사기를 당했다. 이씨는 선주 4명에게서 모두 32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김씨는 “돈을 되돌려 받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고소장도 내고 싶지 않다”며 “정부에서 법을 강화해 어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가 사라지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연안부두를 근거로 꽃게잡이에 나서는 닻자망 유자망 안강망 등의 선주 100여명은 대부분 선수금 관련 사기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

사기범들이 법 규정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어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범죄 사실을 인정하면 선주와의 대질을 하지 않고 벌금형으로 끝나는데다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선주가 드물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

인천지검 관계자는 “피고소인이 범죄 사실을 대부분 시인하면 다툼의 여지가 없어 고소인을 추가로 부르지 않고 벌금형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있다”며 “피해자인 선주는 민사소송을 통해 돈을 받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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