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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기 전국 몸살]단속 비웃는 떴다방

입력 | 2003-10-07 19:22:00

6일부터 분양신청 접수가 시작된 울산 중구 약사동 푸르지오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서 분양신청자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이들 옆에는 분양권을 사들이려는 일명 ‘떴다방’들이 파라솔을 설치해 놓고 있다. -울산=정재락기자


《떴다방이 극성을 부린 대구 수성구의 영남 보성아파트 33평형 가격이 올해초 1억4000만원에서 현재 1억9000만원으로 치솟았다. 새 아파트에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기존 아파트의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더# 전주 효자아파트’는 평당 200만∼300만원대인 인근 시세보다 훨씬 높은 평당 500만원에 분양됐지만 분양 며칠 만에 최고 25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 ‘더# 전주 효자아파트’ 분양시에도 역시 원정 떴다방이 극성을 부렸음은 물론이다.》

▽떴다방의 영업 수법=떴다방 업자들은 현장에서 직접 분양권을 사들이기도 하지만 현지인으로부터 청약통장을 사들이거나(일명 물딱지 거래), 다른 지역 청약통장 가입자의 주소지를 분양 예정지로 옮기는 수법(점프통장)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분양권을 확보한 뒤 곧바로 현장에서 실수요자에게 되팔거나 투자 목적을 지닌 사람에게 팔아 치운다. 거래 자체가 즉석에서 적정 가격이 아닌 호가(呼價)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프리미엄은 며칠 만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마련이다.

이들은 단기차익을 남긴 뒤 일시에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사들인 실수요자들은 ‘거품’이 빠질 경우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

이들은 팔다 남은 분양권을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넘기기도 한다. 울산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정모씨(40·여)는 “떴다방들은 분양권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인 뒤 일정액의 차액을 남기고 부동산 중개업소에 팔기도 한다”면서 “실수요자들은 떴다방이 붙인 프리미엄에 중개업소가 붙인 프리미엄까지 줘야 하기 때문에 이중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뛰는 떴다방, 기는 행정=떴다방 업자들은 정부의 단속을 피해 전국 곳곳에 원정을 다니고 있다. 대구 수성구가 2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자 업자들은 6일부터 분양이 시작된 울산 중구 ‘푸르지오’아파트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이달말부터 아파트를 분양하는 부산 남구와 동래구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구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원정 떴다방 업자들이 곧 신흥택지 개발지구인 대구 달서구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오락실의 ‘두더지 잡기’놀이처럼 정부가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자마자 또 다른 지역에서 떴다방이 극성을 부리고 이 지역은 다시 ‘철퇴’를 맞는 식이다.

부동산114 김성우(金成佑) 부산팀장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부산 해운대와 수영구는 이미 아파트 분양이 끝난 곳”이라며 “이달 말부터 12월까지 아파트 분양이 집중된 부산 남구와 동래구에 투기꾼들이 몰려들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이라고 지적했다.

▽원인=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1년 동안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는 ‘최근 두 달간 아파트 청약률이 5 대 1 이상인 지역’을 대상으로 건설교통부 장관이 지정한다. 하지만 떴다방을 비롯한 전문 투기꾼들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기 전 이미 한몫 챙겨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현재와 같은 땜질식 정책으로 떴다방을 비롯한 부동산 투기 세력을 차단하기 힘들므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대구=정용균기자 cavaline@donga.com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정부 부동산 대책 남은 카드는▼

‘9·5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능가하는 특단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7일 “투기수요 억제 등 단기 대책은 물론 교육 문제 등을 포괄하는 전면적인 부동산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고건(高建)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존 부동산 대책이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질타하며 “재정경제부가 정부 산하 연구기관, 도시 계획, 소비자 보호, 세제, 금융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종합적인 시스템 구축 방안을 적극 검토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현재 거론되는 대책 중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을 축소하는 방안과 주택담보대출 총량제 도입이 유력하다. 담보인정비율은 금융기관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할 때 담보가액 중 대출 가능한 비율을 정한 것. 이 비율이 낮을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 5월부터 투기과열지구에 대해서는 담보비율을 60%에서 50%로 내렸지만 10%포인트를 더 인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담보비율을 낮추더라도 나머지 금액을 신용대출로 조달할 수 있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총량제는 특정 지역의 물건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정하는 제도다.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는 방안도 정부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꼽힌다. 분양가를 억제해 새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 값을 자극하는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분양가와 인근 시세의 차익을 노리는 투기를 유발할 수 있는데다 시장원리에 배치돼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다.

세제 부문에서는 최근 조윤제(趙潤濟) 대통령경제보좌관이 밝혔듯 보유세를 지금의 3배 정도로 올리는 방안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대책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정부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지을 때 임대아파트를 일정 비율 포함시키거나 2006년 실시키로 한 종합부동산세를 조기에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거론되는 새 부동산 대책대책긍정론부정론분양가 규제‘분양가 상승→기존 집값 상승’의 연결고리 차단분양가와 기존 집값 차이 노린 투기 수요유발주택담보대출 담보비율축소주택 가수요 차단실효성 의문(담보대출 부족분을 신용대출로 충당 가능)주택담보대출 총량제주택 가수요 차단법적 근거 미약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 축소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 가수요 억제정책 일관성 훼손, 서민 주거비 부담 가중보유세 강화1가구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 부담 강화서민 주거비 부담 가중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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