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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오일쇼크 30년]“中東은 위태… 새 파이프 찾아라”

입력 | 2003-10-07 18:53:00


1973년 10월 아랍권과 이스라엘 사이에 벌어진 중동전쟁으로 제1차 석유위기가 발생한 지 30년. 당시 한국처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들은 경제활동이 마비될 정도의 타격을 받으면서 석유의 위력을 절감했다.

세계 원유매장량의 3분의 2가 집중된 중동은 올 들어 이라크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분쟁 심화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 석유위기 재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각국은 ‘자원 안보’ 차원에서 확실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려는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석유소비 왕국 미국, ‘무력행사도 불사’=석유위기 이후 대체에너지 개발 노력이 활발해지면서 영국 프랑스 독일은 석유소비량을 20%가량 줄였다. 반면 세계 1위의 석유수입국인 미국의 소비량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미국의 석유 수입의존도는 80년 37%에서 55%로 높아졌고 2025년엔 68%에 이를 전망이다. 이 수요를 충족하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량과 비슷한 하루 900만 배럴이 추가로 필요하다. 미국 내 가스소비량도 최근 10년간 35% 늘어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신보수주의 세력은 이런 상황의 해결책으로 이라크전쟁처럼 중동 내 반미세력을 축출하는 쪽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앙아시아에 군사적 진출을 강화하는 것도 세계 3대 유전지대인 카스피해에 묻혀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지적. 현재 미군은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그루지야 등지에 3000여명이 주둔하고 있고 1만2000명까지 증파할 예정이다.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를 잡아라’…일본 중국 유럽의 구애공세=석유수입국들이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데 주력하면서 러시아가 새 에너지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세계 2, 3위의 석유소비국인 일본과 중국이 동시베리아 유전의 송유관 유치를 놓고 경합 중이다.

일본의 원유 중동의존도는 1차 석유위기 당시 77.5%에서 80년대 후반 60%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85.2%로 다시 급상승했다. 인도네시아 등 비중동 산유국의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원유수출국이던 중국이 90년대 들어 수입국으로 위치가 바뀌었기 때문.

중국도 석유수입량의 80%를 중동과 아프리카에 의존하고 있지만 해상 유통경로인 말라카해협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로 새 공급원이 절실한 상태다.

양국이 앞 다퉈 다양한 혜택을 약속하자 러시아 정부는 결정을 연말 이후로 늦춘 채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

유럽도 영국의 북해 천연가스전이 고갈될 것에 대비해 러시아와 발트해 해저가스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은 아제르바이잔에서 그루지야를 거쳐 터키의 지중해 연안까지 잇는 송유관 프로젝트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래에너지 수소 개발 활기=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해 미국 일본 등은 수소를 미래형 대체에너지로 지목해 실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5년간 70억달러를 투입해 제너럴모터스(GM) 보잉 등 대기업들의 수소에너지 개발을 지원할 계획. 국제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음달 중 유럽 러시아 일본 등이 참가하는 각료급 회담도 개최하기로 했다. 미 에너지부는 “연료전지차가 대량 보급되면 2040년경 미국의 석유 소비는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7일 각의에서 ‘수소에너지 사회의 실현’을 장기정책 목표로 정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