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신업체가 주최한 ‘노소 동감 인터넷 검색대회’에 참가한 할머니가 손녀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있다. 최근 대한노인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농아인협회 등 각종 단체가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인터넷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정보기술(IT)의 발전은 사람을 컴퓨터와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눈다. ‘정보 격차(Digital Divide)’라는 이 구분은 단순히 컴퓨터 조작 능력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흔히 컴맹이라 불리는, ‘디지털 주변인’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약자가 생기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핵심 자원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에 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이는 새로운 ‘사회계층 분화의 단초’를 만든다. 불평등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 정보격차는 나아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단절하고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갈등을 증폭시킨다.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정보격차도 존재한다. 인터넷의 부작용을 줄이고, IT를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유용한 도구’로 되돌려놓고자 하는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의 취지에 맞춰 정보격차 문제를 상하에 걸쳐 짚어본다.》
▼연재목록▼
-정보격차 줄이자 세대갈등-性차별
서울 노원구에 사는 강정미씨(67)는 최근 대학생 손자(19)가 인터넷뱅킹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속이 상했다. 강씨는 얼마 전 막내딸에게 200만원을 송금하려고 집 주변 은행을 다녀왔다. 송금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15분이나 걸어서 거래 은행의 지점을 찾아갔지만 수수료는 2000원을 냈다. 하지만 손자는 집 안에 있는 컴퓨터로 친구에게 100만원을 송금하면서 수수료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뇌성마비 장애인 김모씨(32)는 올해 초부터 컴퓨터를 장만하기 위해 매달 5만∼10만원씩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모 대학생 봉사동아리의 도움으로 컴퓨터를 배운 뒤 넓은 인터넷 세상을 더 알기 위해 컴퓨터를 사기로 결심했다. 더욱이 가까운 분에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사무보조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어 마음은 더욱 초조하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에서 향기 제품을 만들어 버는 돈, 정부 보조금, 다른 가족의 도움 등만으로 컴퓨터를 장만하기는 힘들다. 추가 조명장치나 특수 마우스 등 장애인용 보조기기들은 가격이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이다.
▽소외 받는 계층=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60세 이상 노인들의 컴퓨터 보급률은 44.6%로 전체 국민 보급률 63.6%에 크게 떨어진다. 20명 중 1명꼴인 장애인들의 컴퓨터 이용률은 24.1%로 전체 국민 이용률 63.0%보다 한참 낮다. 저소득 저학력자들도 IT에 익숙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노인과 저소득자, 장애인 등이 디지털 주변인으로 전락한 이유는 우선 컴퓨터 및 인터넷 활용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활용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고, 방법을 알더라도 하드웨어 구입이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인터넷 사이트 개발자 및 관리자들은 노인·장애인들이 자신의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일쑤다. 6월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NHN리서치가 공동 실시한 ‘웹 접근성 인식현황 실태조사’에선 웹 프로그래머 및 관리자 300명 중 35명(11.7%)만이 홈페이지 제작 시 노인과 장애인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이 밖에 특수 마우스나 키보드 등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 장치들은 대부분 고가 수입품이며 구하기도 쉽지 않다. 노인과 장애인을 돕는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지원도 적어 기기 업체들은 국산 제품 개발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전북 우석대 전자정보학부 윤여창(尹汝暢) 교수는 “과거 모기업의 TV 광고처럼 디지털을 ‘돼지털’로 알아듣는 분들을 이제 더 이상 웃고 넘겨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IT기술이 경제 전반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관련 지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경제인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 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경제적 불균형은 계층간의 이해력도 함께 떨어뜨린다.
윤 교수는 “정보격차의 심화는 사회 전체의 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도 네티즌이다=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따르면 2000∼2002년 정부나 시민단체들을 통해 정보화교육을 받은 노인은 모두 10만여명에 이른다. 장애인들도 이 기간 중 수만 명이 교육에 참가했다. 교육을 받은 노인 중 90.2%가 교육 이후 컴퓨터나 인터넷으로 일상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으며 장애인 중 69.5%가 교육 내용에 만족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정부와 관련 기관들도 발 벗고 나섰다. 정보통신부는 45억원을 들여 장애인용 컴퓨터와 주변기기, 보조기기들을 저렴한 가격에 보급한다. 가까운 장애인 단체나 지방 체신청에 30일까지 신청하면 된다(02-750-1223). 지난달에는 대한노인회가 정보문화진흥원과 노인정보화 교육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 밖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농아인협회, 시니어네트 코리아 등의 단체도 각종 행사를 준비 중이다.
정통부 정보화기획실 김준호(金浚鎬) 과장은 “정보화 교육의 수요자인 노인, 장애인들의 열정이 먼저 필요하다”며 “정부와 각급 단체의 각종 지원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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