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콘크리트 건물로 치장된 ‘괴물 덩어리’로 빗댄다.
성냥갑처럼 획일적인 건축물과 이곳저곳 둘러친 담장이 주민들의 숨을 막히게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해 안정과 휴식을 줄 수 있는 녹지 공간 확보를 뒷전으로 내미는 경향이 있다.
산업공단이 많은 인천의 경우 녹지휴식 공간이 더욱 절실하다.
그런 인천에서 요즘 ‘담장 없애기 운동’이 펼쳐져 주목된다.
인천시와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가톨릭환경연대,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여러 단체가 ‘담장 없애기 인천운동본부’를 구성해 ‘골목 문화’를 바꾸려 하고 있다.
단독주택과 아파트단지, 공공기관, 학교 등의 담장을 부순 뒤 나무와 꽃 울타리를 조성하려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인천시에서는 담장철거 설계비와 조경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담장 없애기 인천운동본부’는 그동안 토론회와 간담회를 여러 차례 열었고 요즘 홍보 활동을 열성적으로 벌이고 있다.
또 담장을 없애려는 주민에게 조경전문가, 도시환경전문가를 연결해주고 담장을 없애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 운동은 대구를 시작으로 충북 청주, 서울 등으로 확산돼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구 삼덕동 주민들은 몇 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이웃간의 담장으로 허물고 마을축제까지 열고 있다.
청주에서는 청주시청을 비롯해 학교, 공원의 담장이 헐리고 있다.
서울에서는 많은 교회들이 이 운동에 앞장서고 있으며 고려대학교가 담장을 허물기로 했다고 한다.
담장 없애기 운동은 단순히 담장을 허물고 녹지공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인천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있는 200만명 가량의 외지인(外地人)을 하나로 묶기 위한 ‘마음 운동’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담장을 없애고 녹지를 늘림으로써 시민들에게 안정과 휴식을 주고 나아가 마음의 담장까지 허물게 할 수 있다.
‘열림과 확장’을 통해 정감어린 녹색 공간이 자꾸 생겨나길 기대한다.
이재숙 인천의제21 의제지원팀장 nalia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