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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6자회담 궁금증 풀이]北체제보장 방식이 최대 걸림돌

입력 | 2003-08-03 18:50:00


북한이 1일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을 수용하면서 북한 핵 해결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그러나 전체 과정이 2∼5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6자회담 과정에는 많은 쟁점들이 기다리고 있다. 8월 말∼9월 초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1차 6자회담 안팎에서 거론될 수 있는 사안들을 미리 짚어봤다.

▽6자회담 속 양자회담=북한이 6자회담에 동의한 데는 미국과 따로 만날 기회가 있다는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 청와대 당국자는 2일 기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으나 티타임(tea time) 등 다양한 기회가 있다”고 언급했다.

안보전문가들은 98∼99년 열린 제네바 4자회담 때처럼 다양한 ‘분과위원회’를 두고 두 나라가 대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6자회담의 3대 핵심의제인 북한의 핵 포기, 미국의 대(對)북한 안전보장, 서방의 경제지원 가운데 안전보장 문제를 놓고 양자간 대화가 성사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북-미간 기브 앤드 테이크=북한의 궁극적 목적은 안전보장과 돈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최근 “북한이 핵무기를 먹고살 순 없다”며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경제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안전문제를 조약(條約) 수준으로 약속해 줄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 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에 대해 ‘나쁜 행위를 구슬리기 위해 보상을 해줘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 뉴욕 타임스도 지난달 31일 “파월 장관이 불가침조약 체결은 최근 선택지에서 배제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내 온건파는 “핵 포기를 현실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선 제한적인 당근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경수로 사업의 운명은=6자회담이 성사되면서 ‘경수로발(發) 한반도 위기설’은 적어도 당분간은 물밑으로 가라앉게 됐다.

지난달 29, 3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국 비공식 회의에서도 “6자회담 추이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수로 사업이 미국식 완전중단(termination)보다는 당분간 일본식 잠정중단(suspension) 해법이나 도로 공사 등을 계속해 ‘명맥은 유지한다’는 한국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첫 회의가 기대 이하가 된다면 경수로의 운명은 예측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한국의 역할=한국 정부가 미국 내 강경파와 북한 사이에서 외교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 정부는 ‘김정일 체제’에 부정적인 미국 내 강경파와 일방통행식 외교에 익숙한 북한에 “이 정도는 양보해야 상대방이 이해한다”는 논리를 관철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 배제된 뒤 궁지에 몰렸던 한국은 지난달 초 북한 핵 해법을 위한 ‘이수혁(李秀赫·외교통상부 차관보) 이니셔티브’를 제시해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한국이 ‘북한은 핵 포기 천명-미국 등이 구두(口頭)로 북한의 안전보장 약속-북한의 핵 폐기-안전보장 문서화’라는 로드맵을 먼저 제시, 미국과 일본을 공동 로드맵 작성에 나서도록 한 외교력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