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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공부하는 침팬지 아이와 아유무'

입력 | 2003-08-01 17:21:00

침팬지 사회에서 엄마는 생후 석달 동안 아기 침팬지를 잠시도 떼어놓지 않고 돌봐준다. ‘아유무’를 껴안고 있는 ‘아미’의 모습에서 진한 모정이 느껴진다. 사진제공 궁리


◇공부하는 침팬지 아이와 아유무/마쓰자와 데쓰로 지음 장석봉 옮김/288쪽 1만2000원 궁리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장난꾸러기 ‘아유무’는 2000년 4월 일본에서 태어났다. 9개월 반이 지났을 때 그는 처음으로 컴퓨터에 손을 댔다. 모니터 화면에서 ‘문제를 내주세요’라는 뜻의 흰 동그라미에 손을 대자 ‘차(茶)’라는 글자가 떴다. 글자에 손을 갖다대니 화면에 두 색상이 나타났고 그는 차를 상징하는 풀색을 골랐다. 엄마가 컴퓨터를 다루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다가 마침내 엄마의 행동을 흉내 낸 것이다.

‘아유무’는 아기 침팬지. 침팬지에게도 ‘모전자전(母傳子傳)’이 통하는 것일까. 그의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영리한 침팬지 ‘아이(愛)’다. ‘아이’는 아라비아 숫자로 수를 표현하는 법을 배운 최초의 침팬지로 1985년 과학지 ‘네이처’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컴퓨터를 잘 다루고, 글자와 도형을 배운 ‘아이’는 사람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고 수화로 의사를 교환할 정도로 똑똑하다.

‘아이’를 소개하는 논문을 발표했던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의 마쓰자와 데쓰로 교수가 쓴 이 책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아이’와 ‘아유무’ 모자. 저자는 연구소에 사는 ‘아이’가 ‘아유무’를 낳고 기르는 2년간의 과정을 꼼꼼히 기록해 육아관찰기를 완성했다. 덧붙여 아프리카 야생 침팬지의 생태 등과 영장류 연구의 현주소도 틈틈이 짚어냈다.

저자는 1978년부터 침팬지를 통해 지능의 진화를 연구하는 ‘아이 프로젝트’를 25년째 진행 중이다. 그는 연구소 침팬지뿐 아니라 아프리카 야생 침팬지도 아우르면서 침팬지의 지식과 기술이 세대간에 어떻게 전파되는지 살펴본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기니의 야생 침팬지는 돌 두 개를 망치와 받침돌을 사용해 딱딱한 기름야자의 열매를 쪼갠 뒤 알맹이만 꺼내 먹는다. 이 같은 기술은 유전이 아니라 출생 후 학습을 통해 전해지면서 침팬지 나름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이 책에서 소개한 침팬지와 인간의 닮은 점도 흥미롭다. 웃음은 인간의 특징으로 알고 있지만 침팬지도 소리내어 웃는다. 신생아처럼 침팬지 아기도 자다가 의미 없이 싱긋 웃는 ‘배냇짓’을 한다는 것.

실제로 지구상 150만종 이상의 생물 가운데 침팬지와 인간은 가장 가까운 ‘사촌’. 인간과 침팬지는 호미노이드, 즉 ‘민꼬리 원숭이(꼬리가 없는 원숭이)’라는 총칭으로 불린다. 약 500만년 전에 현재의 사람과 침팬지 계통이 갈라져 나왔지만, 두 종의 게놈은 98.77%가 같다. 침팬지 연구를 통해 우리는 조상이 걸어온 진화의 길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침팬지의 육아와 교육법에서 배울 점도 많다. 침팬지 엄마는 훌륭하다. 생후 석 달간 엄마 침팬지는 아기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이 시기 아기 침팬지는 대소변을 못 가리기 때문에 엄마의 배 부분은 언제나 흠뻑 젖어있다.

교육원칙의 핵심은 ‘강요하지 않는다’. 엄마 침팬지는 절대로 꾸짖지도, 때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방치하지도 않는다. 항상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가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면 그때만 살짝 도와준다.

저자는 과학자의 차가운 시각이 아니라, 침팬지가 떠먹은 물을 함께 마시고 타잔처럼 그들의 울음소리를 배워 의사소통을 할 정도로 침팬지를 아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이 책에선 침팬지를 여성 남성, 한 명 두 명으로 표기한다).. 세계를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편협함에 대해 부끄러움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