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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사실과 허구 그 경계는 어딜까…미술계 화두 '사진'

입력 | 2003-07-15 19:08:00


《요즘 세계 미술계의 화두는 단연 ‘사진의 부상’이다. 1977년 카셀 도큐멘타에서 공식적인 미술행사로서는 처음 독립 부문으로 자리잡은 이후 90년대 부터 세계 주요 현대 미술관들은 경쟁적으로 사진전을 마련하고 있다.

미술 시장도 이같은 흐름을 반영해 2000년 FIAC(파리 아트페어)에 참가한 200여개 화랑 중 40여개 화랑이 사진 작품을 들고 나왔다. 2002년 2월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독일 현대 사진작가 안드레아 거스키 작품이 무려 65만유로(한화 약 9억원)에 낙찰돼 미술 시장을 흥분시켰다. 지난 5월 시카고 아트페어에서는 주최측이 아예 국제 사진딜러협회와 연계해 사진전문 갤러리들의 참여를 독려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열린 뉴욕 아모리쇼에서 거래된 미술 작품의 50%는 사진과 영상관련 작품이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내외 작가들의 사진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또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국제 무대에서 호평을 받는 등 사진계를 고무시키고 있다.

사진작가 김아타씨(47)의 경우 현대 사진의 메카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 그의 사진 3점을 구입했으며, 세계적인 사진 전문 출판사인 ‘어패처’가 그의 사진집을 펴내기로 했다.》

스위스 작가 클라우디아 디 갈로는 인간이 초자연적인 에너지의 보유자임을 상징하는 사진을 선보인다. ‘항해자’(사진)는 중력의 힘에 해방되어 공간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묘사한 작품으로 ‘만드는 사진’의 대표적 작품이다. 사진제공 가나아트센터

구본창(50) 민병헌씨(48)는 미국에서 작품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구씨는 최근 매사추세츠 살렘에 위치한 피바디 에섹스 미술관에서 회고전 ‘구본창:한국 사진의 걸작’을 열어 미술전문지 ‘아트 온 페이퍼’와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가 사진전 리뷰를 싣는 등 현지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또 민씨는 2002년 미국 뉴멕시코 산타페의 사진 전문화랑 ‘포토 아이’ 초대전을 계기로 전속 작가로 계약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올 여름에는 이밖에 전 세계 젊은 사진 작가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소개되는가 하면 국내 사진 작가들의 전시회도 풍성하다. 사진장르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주요 전시를 소개한다.

◇제3회 세계 사진 영상페스티벌=19일∼8월31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 사진 영상페스티벌’은 거장들의 대표작을 보여준 1,2회와 달리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30∼40대 젊은 작가들의 실험성 강한 작품들을 선보인 것이 특징. 이들은 최근 퐁피두센터, 베니스·상파울로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등에 출품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유망주들이다. 유럽 아프리카 북미 남미 아시아 등 12개국 출신 작가 20명이 사진과 영상작 등 70점을 출품한다.

전시는 ‘금지(forbidden)’라는 큰 주제아래 ‘금지된 허구’ ‘보이지 않는 풍경’ ‘비디오 포럼’등 세 분야로 나뉜다. ‘금지된 허구’는 한 마디로 ‘만드는 사진(making photo)’이다. 다양한 상상력과 기법을 추가해 실제와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디지털 합성사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구본창작 ‘고성오광대’. 사진제공 한미갤러리

‘보이지 않는 풍경’에 나온 사진들은 사진 본연의 기능인 ‘찍는 사진(taking photo)’에 충실한 작품들이다. 고전적 의미의 풍경사진이 아니라, 정신적 사유라는 개념을 보태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작품들이다. 렌즈의 초점을 독창적으로 맞춘다거나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일상을 낯설게 한다. 02-720-1020

◇구본창 전=한국 사진계의 대표작가라 할 수 있는 구본창씨가 서울 방이동 한미갤러리에서 8월2일까지 새로운 시리즈 ‘탈’ 전을 연다. 한국의 다양한 탈의 모습을 전시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한국의 전통적인 예술과 문화에 관심을 돌린 최초의 작업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미술평론가 이경성 교수(홍익대)는 “한국의 가면이 갖고 있는 조형적 표현을 통해 가장 한국적 전통인 샤머니즘, 즉 무속과 그 안에 내포된 인간형을 설정함으로써 예술의 본질을 수립하고자 했다”고 평했다. 02-418-1315

개인의 순수한 사적 공간인 ‘방’을 무대로 거대 도시의 욕망을 드러내는 고현주의 ‘허무와 빛 사이에서’. 사진제공 박영덕화랑

◇젊은 사진 작가들의 눈에 비친 서울=8월12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영덕 화랑에서 열리는 사진전 ‘공공정보(公共情報)전, 부제: 디스토피아 서울)’ 은 30대를 주축으로 한 여덟 명 사진 작가들의 앵글에 비친 거대 도시 서울의 모습이다.

권순평은 서울 변두리의 모습을 통해 서민들의 신산한 삶을 보여주며 박경택은 오락실을 통해 기계화, 획일화 되어가는 도시와 그 속에서 고립된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현주는 개인의 ‘방’을 무대삼아 재개발이라는 명목아래 행해지는 거대 도시의 욕망을 드러내며 강무성은 여고생 사진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신분이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02-544-8481

◇그밖의 사진전들=최근 서울 인사동에 문을 연 사진전문화랑인 김영섭 화랑은 1960년부터 1994년까지의 우리나라 곳곳의 풍경을 찍은 홍순태전을 31일까지 연다. 또 인사아트센터에서 22일까지 열리는 ‘사진과 역사적 기억’은 작고작가를 포함해 모두 25명의 사진작품 170여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회다.

과천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27일까지 열리고 있는 네덜란드 현대미술전에서도 사진이 주류를 이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사진의 거장 만 레이 사진전(11월21일∼내년 1월18일)도 준비 중이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