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차이나-살아남은 문명의 유혹 /권삼윤 지음/340쪽 1만5000원 북로드
이제 우리는 중국에 가지 않고도 너무나 가까이 중국을 만나고 느낄 수 있다. 매일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 눈앞에 쏟아지는 중국 이야기들은 이미 정리와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해져 있다. 이러한 근접성은 중국이라는 대국이 갖는 엄청난 존재가치 때문에 종종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중국은 거대한 문화의 덩어리이다. 그 덩어리 속에 5000년의 역사와 엄청난 인구,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과 기나긴 역사의 풍상이 빚어낸 무수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유형의 문화로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 때문에 일정한 관찰과 인식의 틀이 준비되지 못하면 아무리 오랜 시간 중국 대륙을 누비고 돌아다녀도 중국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물론 단편적인 체득마저도 정확한 것이 못되기 십상이다.
‘골드차이나’에서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코드로 사람과 문명, 그리고 역사를 제시하고 있다. 세계 4대 고대문명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살아 숨쉬고 있는 중국의 황하 문명이 그 오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인들 고유의 인성(人性) 덕분이었고, 그 인성이 지닌 가장 대표적인 양면성이 바로 부귀에 대한 추구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한 은거 또는 안빈낙도였다. 오늘의 중국인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부를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앞을 향해 나아가자(向前看)’던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구호가 이제는 똑같은 발음의 ‘돈을 향해 나아가자(向錢看)’는 유행어로 대체된 지 오래이다.
이러한 경제지상주의의 뿌리를 이 책에서는 개혁과 개방이라는 사회적 변화보다는 상나라 이후 줄곧 이어져 내려온 중국인들의 상인정신에서 찾고 있다. 이와 동시에 어쩌면 정반대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과 은일의 추구 역시 중국인들 특유의 문화로서, 저자는 그 줄기를 문명의 지속과 연관시켜 이해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지난 100년 동안 끊이지 않았던 온갖 환란과 고통을 묵묵히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이처럼 지족상락(知足常樂)할 줄 아는 근성의 결과였을 것이다. 이러한 양면성의 배경으로 저자는 중국인들의 내면의 힘이 만들어낸 역사를 지적하고 있는데, 사실 여기서 말하는 역사는 그 토대가 되는 땅 즉, 지리적 환경과 조건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중국의 봉건왕조 체제가 서양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땅의 조건이 허락해준 혜택 아닌 혜택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수많은 기행인문서들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의 문화와 중국인 행동 특성의 단편들을 신기해하고 희화화하는 짧은 시각에서 탈피하여 보다 본질적이고 구체적인 눈길로 중국인들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많이 강대해져 있는 중국이라는 존재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건전한 형태의 문화 소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국의 실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김태성 호서대 중국어과 겸임교수·한성문화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