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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씨 “소명개발 尹씨 나완 무관”… 거짓말 드러나

입력 | 2003-06-01 18:56:00


이기명(李基明·67)씨의 경기 용인시 땅(구성읍 청덕리 산 27의2 일대 2만평)과 관련한 청와대와 이씨 등의 해명 가운데 사실과 다르게 드러난 부분이 많아 석연찮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명산업개발 관계자는 계약을 하기 위해 처음 본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땅을 팔고 나서 그 사람들(소명산업개발 관계자)이 무슨 사업을 하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말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1일 청와대가 밝힌 해명자료에 따르면 이씨와 소명산업개발의 실제 소유주인 윤동혁씨(42)는 17년 전부터 아는 사이라는 것.

또 이씨가 자신의 형, 소명산업개발과 함께 자신의 땅이 포함된 10만여평에 노인복지시설 건립이 가능한 지 4월19일 용인시에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돼 결국 그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1차 매수자에게 시중가보다 싸게 땅을 팔려 했던 것에 대해 청와대는 “급매도였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이씨가 이튿날 “부채 10억원을 떠안는 조건이었다”고 해명해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했다. 그리고 1차 매수자가 계약을 해지한 이유가 “이씨 땅에 한전 철탑이 지나가게 된다는 사실을 매수자가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라고 청와대는 밝혔으나 부동산 매매계약서 특약사항에 이미 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이 또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3월 초 소명산업개발에 이씨의 땅을 담보로 17억3000만원을 대출해 준 농협 수지지점 관계자는 “정모씨라는 법인 대표의 경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능력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지 사장’인 정씨는 인테리어 일을 하는 일용직 근로자로 경기 안산시의 한 연립주택에 월세로 살다 집주인이 전세로 바꾸자고 하자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4월 말 인근 연립주택으로 이사 간 것으로 밝혀져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진 이기명씨 경기 용인 땅 관련 해명해명 내용밝혀진 사실이기명씨가 1차 매매시 시중가보다 싸게 팔려고 했던 것은 급매도였기 때문이다(청와대, 5월28일 해명자료에서)1차 매매 당시 부채 10억원을 매수인이 승계하는 조건이었다(이기명씨, 5월2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1차 매수자와 계약이 해지된 것은 이씨 땅에 한전 철탑이 지나가는 계획을 매수자가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청와대, 5월28일 해명자료에서)1차 매수인과의 부동산 매매계약서 특약사항에 한전과의 임대차설정계약(철탑 관련)은 매수인이 승계하는 조건이 적시돼 있음소명산업개발 관계자는 계약하기 위해 처음 본 사람이다(이기명씨, 5월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소명산업개발의 실제 소유주인 윤동혁씨와 이씨는 17년 전부터 아는 사이다(청와대, 1일 해명자료에서)땅을 산 소명산업개발이 무슨 사업을 하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이기명씨, 5월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이씨는 소명산업개발과 함께 4월19일 자신의 땅을 포함한 10만여평에 노인복지시설 설립이 가능한 지 용인시에 질의서 보냄소명산업개발에 17억3000만원을 대출해 준 것은 담보물의 감정가와 법인의 사업계획서, 법인 대표의 경력을 고려한 것이다(농협 수지지점)법인 대표로 등재된 정모씨는 인테리어 일용직 근로자며 사업계획도 불투명한 상태여서 설득력이 떨어짐

▼'이기명씨 땅' 등장인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李基明)씨의 경기 용인 땅 거래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관계가 확인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땅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 땅 소유자 이씨, 이 땅을 가등기했던 김남수(金南洙·현 청와대 행정관)씨, 이 땅을 매입한 윤동혁(尹東赫)씨.

▽이기명-윤동혁=1일 배포된 청와대 해명자료에 따르면 이씨와 용인 땅을 매입한 윤씨는 17년 전부터 아는 사이. 윤씨는 경기 여주와 용인 등지에서 사업을 하면서 정치권 주변을 오가다 이씨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 참모들은 이씨와 윤씨가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노 대통령이 1991년 여름 여주에서 강연을 할 때 이씨가 윤씨를 시켜 강연회 준비를 했고, 당시 이씨는 참모들에게 “내 아들 같은 친구”라고 윤씨를 소개했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윤씨는 96년 15대 총선 때는 경기 안산 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하고 13대 대선 때 평민당 김대중(金大中) 대통령후보 선대위원을 맡기도 했다.

▽노 대통령-김남수=이씨와 함께 용인 땅을 담보로 국민은행에서 10억원을 대출받은 김씨는 노 대통령도 잘 아는 인물. 노 대통령은 88년 13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전국 각지의 노조에서 강연을 하고 다닐 때 김씨를 알게 됐다. 당시 야쿠르트 노조위원장이던 김씨는 92년 총선과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98년 서울 종로 보선 때 노 대통령을 도왔다.

김씨는 지난해 대선 때는 선대위 노동특위에서 활동했고, 노 대통령 취임 이후엔 대통령 시민사회비서관실을 거쳐 노동개혁 태스크포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씨와는 노 대통령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김씨와 이씨의 관계에선 심심치 않게 금전거래도 있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김문수-이기명-김남수=김 의원과 이씨, 김씨와의 인연도 화제다. 김 의원은 “91년경 민중당 활동을 할 당시 노무현 의원의 후원회 사무실이 옆 빌딩에 있어 놀러갔다가 이씨를 처음 만났다”고 기억했다.

김 의원은 “사람이 소박하고 후덕해 당시 많이 좋아했다”면서 “돈도 받지 않고 단지 ‘노무현이 좋아서 도와 준다’는 이씨에게 감명까지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와는 노동운동을 통해 알게 됐다. 당시 전노협 고문으로 노조활동을 지원했던 김 의원은 89년 전노협 사무실에서 당시 야쿠르트 노조위원장이던 김씨를 처음 만났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