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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앤트원 피셔'…한 불행한 청년의 '뿌리찾기'

입력 | 2003-05-29 19:28:00

‘앤트원 피셔’-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 교도소에서 태어난 아이. 고아원으로 보내졌다가 입양됐지만 수양부모의 학대와 멸시 심지어 성추행까지 겪고, 하나뿐인 친구마저 죽어버린 채 세상에 홀로 남은 청년.

배우 덴젤 워싱턴의 감독 데뷔작 ‘앤트원 피셔 (Antwone Fisher)’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끔찍한 불행을 반복적으로 겪은 청년의 고난 극복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해군 하사 앤트원 (데릭 루크)은 상관을 폭행해 일 계급 강등된 뒤 정신의학과 장교 제롬 (덴젤 워싱턴)에게 상담 치료를 받는다. 앤트원은 제롬에게 자신의 불우한 성장과정을 털어놓고, 제롬의 권유에 따라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아가는, ‘뿌리찾기’에 나선다.

앤트원이 역경을 이겨나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다소 도식적이고 단조로우며, 제롬도 앤트원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의 힘은 너무나 영화적인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 실존 인물 앤트원은 영화사 안전요원으로 취직한 뒤 어머니를 찾기 위한 휴가를 얻으려 상사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가 글로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 대본을 쓰게 됐다고 한다. 12세이상 관람가. 30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