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고맙습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아침 경북 포항시 북구 학산동 포항여고(교장 장병철·張炳哲) 교무실에 학생들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왔다.
포항여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매월 조금씩 장학금을 모은다는 사실을 알고 뭉클해진다. 올해로 꼭 10년째 이 학교 교직원 82명은 월급에서 3000∼5000원씩 떼내 장학금을 모으고 있다.
전교생 1300명을 대표하는 3학년 김고은양(18)은 “선생님들께서 저희들을 위해 10년 동안이나 장학금을 모아줘 모든 학생들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며 “제자로서 부지런히 공부하는 게 선생님들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93년 5월 24일 포항여고 교사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 다니기가 어려운 학생을 그냥 보고 있는 건 도리가 아니다”며 머리를 맞댔다. 의논 결과 나온 것이 장학회 구성.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형편이 아주 어려운 학생이 학업에 몰두하도록 해주자는 뜻을 모았다.
그동안 이 학교 교사들이 모은 장학금은 3000여만원에 이른다. 이 장학금 덕분으로 지금까지 40여명이 등록금 걱정없이 졸업을 했다. 학교에는 30여가지 장학금 제도가 있지만 교직원 장학금은 선생님들의 사랑이 담긴 뜻깊은 돈이다.
지난달 배구국가대표로 뽑힌 졸업생 임유진(20·한국도로공사) 홍미선씨(20·KT&G)도 교직원 장학회의 도움을 받았다. 교직원들은 학교배구부에도 매년 250만원씩 후원금을 내면서 뒷바라지를 해왔다.
선생님들의 장학금은 교사와 학생들의 ‘공부경쟁’이라는 아름다운 전통도 만들어냈다. 학생들은 해마다 100% 주요 대학에 진학하고 있으며 전국 규모의 독서 논술 과학 경시대회 등에서도 대거 입상하고 있다. 교사들도 자기계발에 열심이다. 박사학위 2명을 포함해 60%가 석사학위를 따냈다.
지난달 개교 64년을 맞은 포항여고는 독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 도서관도 마련했다. 김원석(金垣碩·55) 교감은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스승과 제자 사이에 정이 넘치지 않는 학교는 모래성”이라며 “교사와 학생을 이어주는 교직원 장학회가 더 발전하도록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