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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말聯 총리 “10월 은퇴”…집권 22년만에

입력 | 2003-05-09 18:50:00


“이번에는 정말 퇴임한다. 후계자가 든든해 보인다.”

아시아의 최장수 선출직 집권자인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77)가 10월 말 반드시 퇴임하겠다고 8일 밝혔다.

1981년 총리가 된 그는 이날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의 한 공장 준공식장에서 “10월 11∼14일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57개국 이슬람회의기구(OIC) 정상회의를 마친 뒤 10월 말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정상회의 직후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지만 몇몇 나라에서 회의 후 개별 면담을 요청해와 10월 말로 미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2개월간의 휴가를 마치고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지목한 후임자인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부총리(63)가 3∼4월 이라크전쟁과 사스 사태 등에 잘 대응해왔다고 칭찬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사스로 2명이 숨졌으며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내 휴가 동안 압둘라 부총리가 ‘혹시 지금 최대 이슈가 무엇인지’ 묻는 전화를 한번도 안 걸었다”며 “혼자 일을 잘 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온화한 스타일의 관료 출신인 압둘라 부총리가 내년 총선을 지휘하면서 실권을 쥐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해 6월 집권 말레이연합국민조직(UMNO) 전당대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깜짝 사임’을 발표했지만 당 지도부의 만류로 하루도 안 돼 철회했다. 그러나 3월 휴가 직전에도 ‘10월 사임’을 밝히는 등 국민에게 ‘마하티르 없는 말레이시아’를 준비할 것을 은근히 요구하고 있다.

그는 81년 총리가 된 후 말레이시아를 고무 주석 등의 원료 수출국으로부터 전기제품과 철강 자동차를 생산하는 ‘아시아의 호랑이’로 탈바꿈시켰다고 BBC는 평가했다. 말레이시아의 중산층을 만들고, 심지어는 10억달러대의 부호까지 탄생시켰다는 것.

그는 집권 초기 말레이시아를 세계경제에 편입시키기 위해 애썼으나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부터 이슬람 가치관에 바탕을 둔 반(反)서방 발언을 거침없이 해왔다. 또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대항한다는 목표로 전자단지인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더’를 만드는가 하면, 세계 최고(最高) 빌딩인 페트로나스 타워를 짓는 등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려 애써왔다.

그러나 99년 안와르 이브라힘 당시 부총리를 동성애 혐의로 투옥시키는 등 정적들에게는 가차 없는 보복을 가해왔다고 비판받고 있다. 또 경제발전 계획을 너무 거창하게 세워 현재 거액인 국가채무의 원인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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