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외환은행 간부 “국정원 北송금 주도 마카오 계좌로 보내”

입력 | 2003-05-02 18:34:00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2일 당시 2235억원의 해외 송금 업무를 맡았던 외환은행 외환사업부장 백모씨에게서 대북 송금이 국가정보원 주도로 이뤄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백씨는 이날 오후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통상적인 국정원 해외 송금 과정에 따라 국정원 직원 등과 협의해 (그들이 지정한) 해외계좌로 송금했다”며 “당시엔 현대상선 돈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는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이 2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참석해 “환전 편의는 제공했으나 송금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것으로 파문이 예상된다.

백씨는 또 “돈은 마카오로 갔으며 계좌 명의는 개인이나 회사가 아니고 단체였으며 그동안 알려진 조광무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씨는 북한으로 송금된 2235억원의 수표 배서자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의혹과 관련해 “수표 배서인 6명의 신원에 대해 이미 감사원에 자료를 제출했다”고 답변해 이들이 국정원과 관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 중에는 국정원 기획조정실 2급 간부인 김모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르면 3일 김경림(金璟林) 당시 외환은행장을 소환해 임 전 국정원장이나 김보현(金保鉉) 당시 대북전략국장에게서 송금 편의 제공을 요청받고 이를 실무자에게 지시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백씨는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자청해 “내부 협의 과정에서 국정원이 관련됐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국정원 직원과) 협의한 적이 없고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편 미국 의회조사국(CRS) 래리 닉시 선임연구원이 최근 “대북 송금액은 당초 밝혔던 8억달러가 아니라 9억달러”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특검팀은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