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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피플]이길환 리베라CC 사장

입력 | 2003-04-10 17:55:00


골프장 사장은 골프를 잘 칠까.

전문 경영인이 각광받는 요즘 세상에 골프장 최고경영자(CEO) 역시 어느 정도 골프 실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 경기 화성시 리베라(구 관악)CC 이길환 사장(52·사진)은 ‘잘 친다’라는 표현 갖고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다.

이 사장의 핸디캡은 0. 이쯤 되면 사장이라는 직함보다는 오히려 프로라고 불러도 될 듯 싶다. 99년 설록차배 사회인 골프대회 결선에서 2위에 오를 때 기록한 69타가 자신의 공식대회 베스트 스코어.

“국내 주말골퍼 가운데는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겁니다.”

리베라CC 클럽하우스에 있는 역대 클럽 챔피언 명단엔 그의 이름이 올라있다. ‘2002년 춘계 이길환’. 지난해 5월 골프장 회원들이 출전한 클럽 최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골프장 사장이 클럽챔피언이 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2001년 9월 리베라CC 사장에 취임한 이길환 사장이 골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1년. 증권사에서 법인영업을 하면서 업무상 필요해 클럽을 잡은 그는 레슨이라고는 연습장에서 보름 동안 받았던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프로골퍼 프레드 커플스를 모델로 삼아 비디오와 책, TV를 보면서 독학해 2년여만에 고수의 경지에 올라섰다고.

그래도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지 않았을까. “늘 나보다 잘 치는 사람 또는 프로들과 상대하려고 했습니다. 내기를 해서 돈을 잃어도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었으니까요.”

도전정신을 강조한 이 사장이 밝힌 굿샷의 또 다른 비결은 ‘균형’. 백 스윙을 작게 하고 팔 대신 큰 근육인 어깨를 쓰는 스윙을 해야 기량이 부쩍 는다는 것. 골프 스윙에서 몸 움직임을 적게 해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얘기. 퍼팅할 때 손목 사용은 금물이며 양팔과 가슴이 이루는 삼각형 모양을 유지해야 실수를 막는다고 했다.

20년 동안 5000라운드 이상을 돌았다는 이 사장의 오랜 골프 경험은 골프장 경영에 그대로 응용됐다. 사장 취임 후 곧바로 코스 개조 작업에 들어간 그는 직접 설계에도 참여해 고객 위주의 레이아웃을 추진했다. 500억원의 예산을 책정, 연못 15개를 새로 팠고 티잉그라운드 확장, 아일랜드 홀과 실개천 조성 등으로 단조롭던 코스를 아기자기하고 도전적인 코스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또 ‘끼워넣기식’ 부킹 시스템을 개선했고 회원들의 편의를 위해 5,6인 플레이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리베라CC를 미국의 오거스타 내셔널 같은 명문 클럽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지속적인 개혁과 실천이 중요합니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골프 전문 경영자’의 야심은 끝이 없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