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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배우자 성인자녀 초청봉쇄는 평등권 위배”

입력 | 2003-03-26 19:08:00


법무부가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인 배우자에 대해서만 성인 자녀의 초청을 막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위배한 것이라는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한기택·韓騎澤 부장판사)는 98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아내를 둔 박모씨가 “아내가 전 남편 사이에 낳은 아들을 초청하려는 데 법무부가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26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국민과 결혼한 중국인 배우자의 친자에 대한 사증발급인정서 발급지침’은 중국인 배우자가 대한민국으로 귀화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배우자의 자녀 초청을 막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중국인 또는 중국인 배우자를 둔 국민을 다른 외국인 또는 다른 외국인 배우자를 둔 국민과 비교할 때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법무부는 국내 불법체류자 중 중국인이 반수를 넘는 등 중국 동포의 불법체류가 심각해 중국인에 대한 차별취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인에 대한 입국허가 요건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중국인 배우자의 친자 연령이 18세 이상인 경우 사증발급인정서 발급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중국인 배우자와 그 친자 사이의 국내 상봉 기회를 봉쇄한 것으로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박씨는 98년 중국인 출신 아내 장모씨(98년 귀화)와 결혼하고 지난해 장씨와 그녀의 전 남편 사이에 난 황모씨(23)를 입양한 뒤 황씨를 국내에 90일간 초청하기 위해 사증(F-1)발급을 신청했으나 출입국사무소가 사증 발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