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풍경을 디지털카메라에 담는 디카 3인방 이지용, 윤혜숙, 김혜열(왼쪽부터).이들의 사진은 독특한 모습을 자랑한다. -사진제공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피플
생활용품이 ‘디지털화’된 요즘, 디지털카메라만큼 일상 깊숙이 영향을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인화 없이 즉석 확인이 가능하고 인터넷에 사진을 무한정 띄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 디지털카메라는 이제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각양각색의 이미지를 ‘채집’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김혜열(32·그래픽디자이너), 이지용(李知龍·29·게임그래픽디자이너), 윤혜숙(尹惠淑·27·웹디자이너)씨는 사소한 아름다움도 카메라에 담는 ‘디카(디지털 카메라) 마니아’들이다.
“사진요?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사진 찍는 게 생활처럼 돼 버렸죠. 사람을 소재로 한 풍경을 담는 작업이 즐겁습니다.”(이지용)
“사진작가인 한 선배에게 왜 사진집 제목을 ‘기념사진’이라고 지었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있었던 시간들을 기념하고 기억한다는 의미라고 하더군요. 우리 역시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죠.”(김혜열)
이들은 주변의 인물, 낯선 사람들, 추억의 사진 등 다양한 군상을 소재로 사진을 찍고 게시하는 인터넷 사이트 ‘피플’(http://the-people.cyworld.com)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사이트를 오픈해 벌써 회원이 1000여명에 이른다. ‘피플’에는 회원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담는 셀프 카메라를 비롯해 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의 뒷모습, 걷고 있는 다리 등 독특한 사진들로 가득하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디카족을 위한 카페 ‘디카바’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열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윤혜숙씨는 “손님들을 카페에 마련된 미니 스튜디오에서 즉석 촬영한 뒤 사진을 뽑아주거나, 은색의 술집 메뉴판을 반사판으로 이용해 다양한 이미지의 사진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첫 만남은 2000년 말 아마추어 디지털카메라 애호가 30여명이 인터넷 공동전시회인 ‘디어(Dear) 2001’에 참가하면서 이뤄졌다. 얼굴도 모르던 이들은 ‘낯선 세상을 사진에 담는다’는 공통 관심사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에서도 만남을 갖게 됐다.
보통 디카 마니아라면 고급 기종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들은 200만 화소 안팎의 저가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다. 다양한 대상을 어떻게 찍느냐가 중요할 뿐 카메라의 품질이나 가격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플’ 클럽장을 맡고 있는 김혜열씨는 “거리에서 만난 이에게 불쑥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기도 한다”며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모르는 사람과도 친근해진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