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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의 농구에세이]‘막판 스퍼트’ 못한 모비스

입력 | 2003-03-17 17:31:00


지난 일요일 비가 오는 가운데 펼쳐진 2003동아서울국제마라톤. 지금까지 마라톤을 ‘인간한계의 도전’ ‘자신과의 싸움’으로 표현해왔으나 이날 레이스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여느 구기종목 못지 않은 긴박감을 느끼게 했다.

TV를 시청할 때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는 버릇 때문에 아내로부터 핀잔을 자주 듣는 필자도 이날 만큼은 마지막 순간까지 채널을 고정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중반 이후 펼쳐진 선두다툼이 피를 말렸기 때문. 지영준은 골인점을 눈 앞에 두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 뛰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타이스(남아공)의 한발짝을 넘어서지 못했다.

같은 날 원주에서 열린 TG 엑써스와 모비스 오토몬스의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회전. 두 팀의 승부가 이날 동아마라톤과 같았다. TG에게 끌려가던 모비스는 3쿼터부터 악착같은 수비와 빠른 공격으로 4쿼터 3분여를 남기고 68-68 동점으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뒤이은 TG 허재의 3점슛으로 경기는 더 이상의 역전이 허용되지를 않았다. 결과는 TG의 77-73 승리.

우리는 농구경기를 볼 때 “다 따라갔는데…” “역전까지 시켰다가 재역전 당해 아깝다”는 애기를 자주 한다. 물론 통쾌한 대역전극이 펼쳐져 관중을 즐겁게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러나 10점 이상 뒤지다 동점 부근까지 따라간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뒤진 점수를 따라가기 위해 선수들은 젖먹은 힘까지 쏟는다. 숨은 이미 턱에 차 있다. 상대의 공격이 한, 두차례 성공하면 점수는 다시 10점 이상 벌어지고 만다.

이날 모비스는 동점 이후 TG 김주성에게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을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한껏 분위기가 고조됐던 모비스 선수들은 그 순간 다리 힘이 쫙 빠졌을 것이다. 동아마라톤 골인 직전 추월하는 타이스를 본 지영준도 그랬으리라.

올 시즌 프로농구의 진정한 강자를 가리는 플레이오프가 시작됐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마지막 스퍼트를 위한 호흡조절을 제대로 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닐까.

방송인·hansunky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