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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원자력 컨테이너선 개발 추진

입력 | 2003-03-16 18:07:00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독일의 광물운반선 ’오토 한’. 지금은 운항을 중단했다.


항공모함만 한 초대형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 배는 폭 80m 길이 400m로, 항공모함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이런 구상을 한 인물은 조선공학 박사인 김훈철 전 기계연구원장. 다른 사람이 이런 주장을 했다면 ‘웬 헛소리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 박사는 노무현대통령의 후보시절 과학기술특보를 맡아 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자다.

김 박사는 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연구비를 받아 지난해 12월에 제출한 ‘동북아 물류 중심국을 향한 초고속 해상 수송 체계’ 보고서에 자신의 구상을 담았다. 이 보고서에 담긴 원자력선 개발 구상은 최근 정부에서 확정한 국가기술지도에도 실렸다. 이 지도는 정부가 향후 10년 동안 장기적으로 개발할 기술 목록을 담고 있다.

흔히 태평양을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의 용량은 3000∼5000TEU(TEU는 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 하나를 실을 수 있는 용량). 구상 중인 배는 이들보다 3∼5배나 크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가장 큰 컨테이너선은 7000TEU이다.

이렇게 큰 선박을 가동하기 위해 디젤 엔진 대신 2개의 원자로가 탑재된다. 마침 원자력연구소 김시환 박사팀이 2008년 완공을 목표로 ‘스마트 원자로’ 개발에 착수했다. 원자력발전소용 원자로의 10분의 1크기인 이 원자로는 담수화 및 지역난방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선박 엔진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것.

이 원자로를 탑재하면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은 35노트까지 달릴 수 있어 보통 일주일 걸리는 태평양 횡단이 4일로 단축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미국 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물류를 장악해 부산이나 전남광양이 동북아의 물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원자력 추진 엔진은 잠수함, 항공모함에 주로 쓰이고 있다. 러시아는 12개의 쇄빙선을 원자로로 가동하고 있다. 미국은 화물선 사바나호, 독일은 광물운반선 오토한호, 일본은 해양조사선 무쓰호를 건조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지고 상대국가가 입항을 허용하지 않아 몇 년밖에 운항하지 못했다.

김훈철 박사는 “운항을 중단한 외국의 원자력 화물선 엔진이 5만 마력 정도인데 원자력컨테이너선은 27만마력이나 된다”며 “원자로는 대형화할수록 경제성이 높아져 디젤엔진을 탑재한 화물선보다 훨씬 경제성이 높고 빠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자력선의 안전성을 국민과 주변국가에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추진과정에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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