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3위의 SK그룹이 계열사별로 ‘홀로 서기’를 꾀할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 ‘SK글로벌 살리기’ 과정에서 그룹 총수인 최태원(崔泰源) 회장의 지분과 계열사간에 얽혀 있는 지분구조가 어떻게 변동하느냐에 따라 SK그룹은 ‘분리 또는 분해 단계’에 들어갈 수도 있게 됐다.
현재 60개에 가까운 SK의 계열사들을 그룹으로 묶고 있는 것은 계열사간에 얽힌 출자관계, 선경직물이라는 모회사에서 출발했거나 파생했다는 태생적 뿌리, 사업 구조상의 연관성 등. 그리고 이런 연결고리의 핵심이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다. 계열사들은 최 회장이 대표로 있는 SK㈜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힌 지분 구조를 통해 직접적으로, 또는 우회적으로 한 집안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최 회장이 모든 상장 및 비상장 주식을 은행단에 담보로 제공함에 따라 SK그룹을 엮는 핵심고리가 단절될 위기에 놓였다.
지분을 전부 담보로 제공했지만 최 회장의 그룹 경영권에 당장은 영향이 없다. 그러나 SK글로벌이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은 이를 모두 처분할 수 있다. 최 회장의 채무보증액은 2조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알려진 최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많이 잡아도 20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최 회장은 SK글로벌의 정상화라는 ‘외줄’을 타게 된 셈이다.
만약 최 회장이 모든 지분을 잃는다면 이는 그룹의 구심점이 사라진다는 걸 의미한다. 이를 대신할 새로운 연결축이 마련되지 않을 때 이는 SK글로벌의 분리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계열사들의 분리, 다시 말해 그룹 분해로 이어질 수 있다.
SK글로벌은 또 자구계획서에 SK계열사 주식 매각을 포함하고 있어 SK㈜와 함께 그룹의 ‘준(準)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SK글로벌이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