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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人事파동/고위간부 움직임]줄줄이 사표 보류 '집단항의'

입력 | 2003-03-10 18:53:00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 간부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김각영 검찰총장의 퇴임식을 지켜보고 있다. -강병기기자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들이 사표 제출을 유보하며 사실상 ‘집단 항거’에 나서는 것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이들은 정상명(鄭相明)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이 차관에 내정됐을 때부터 “이런 식의 인사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도대체 인사의 원칙과 기준이 무엇이냐”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

송광수(宋光洙) 대구고검장의 검찰총장 내정 사실이 알려진 10일 오후 대검의 고위 간부들은 삼삼오오 모여 앞으로 대책을 숙의했다. 대검의 한 고위 간부는 “동료들과 의논한 결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검사의 신분 보장에서 시작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결국 신분 보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사표 제출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따라서 송 고검장(사법시험 13회)의 총장 내정에도 불구하고 김학재(金鶴在) 대검차장을 제외한 검찰총장 내정자의 사시 동기생 3명은 사표를 제출하지 않고 인사가 발표될 때까지 사태를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시 14회 이하의 검사장들은 전원이 인사를 보고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으며 특히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부적격자로 지목한 일부 간부들은 “사표를 절대 미리 내지 않겠다”고 말해 사표 유보를 통해 집단 항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초 사표를 내겠다고 밝혔던 일부 검찰 간부들도 이날 오후 모두 사표 철회로 돌아섰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일부 검사장들에게 개별적으로 거취를 물었으나 대부분이 “나는 남겠다. 고검장으로 올려주지 않아도 되니 이 자리에 그냥 있게 해 달라”고 하는 등 장관과 검찰 간부들이 다음 보직을 놓고 실랑이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그러나 사표 제출을 유보한 검찰 간부들이 오랫동안 검찰에 머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검의 한 고위 간부는 “한두 달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해 조만간 검찰을 떠날 것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는 설령 당초 예정대로 11일 단행된다 하더라도 인사 이후 서서히 사표를 내는 사람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11일 인사에서는 6, 7명의 검사장 승진과 전보가 이뤄지고 이르면 한두 달 뒤 또 다시 5∼8명의 검사장 승진 및 전보 인사가 단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간부는 “검찰 고위 간부들이 이런 식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대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러나 노 대통령이 투명한 인사를 해달라는 검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승복할 수 없는 인사를 강행할 경우 검사가 자신의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이것뿐이었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