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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철의 경영과 인생]가치는 무엇으로 구성되나

입력 | 2003-03-09 18:48:00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려면 (그 제품에 대해서)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가격보다 커야 한다.” 이 ‘진리’는 시장에 나온 제품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온 인간에 대해서도 성립한다. 누구나 자기 조직(직장)에서 환영받으려면 그가 받는 급료보다 더 큰 가치를 조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진리’를 일찍이 깨닫고 실천에 옮긴 사람 중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信秀吉)가 있다. 최하위 무사였던 그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밑에서 하인 노릇 하던 시절 이야기. 어느 추운 겨울날 오다가 방에서 나와 신발을 신어보니 의외로 따뜻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그는 “이놈, 어른 신발을 함부로 깔고 앉았었구나!” 하고 야단쳤다. 이에 도요토미는 “아니올시다. 주군께서 나오시면 (신발이 차서) 발이 시릴 것 같아 가슴에 품고 있었습니다”고 대답했고 이것은 사실이었다. 뒷날 도요토미는 “당시 나는 천하제일의 하인이 되는 데서 나의 존재가치를 찾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천하제일의 하인' 도요토미

사회생활에서는 누구나 자기 자신의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배우자를 구하는 일, 우정을 같이 할 친구를 얻는 일, 그리고 직장을 구하는 일 등 모두가 상대방이 나의 존재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줘야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부인에 대해서는 남편으로서의 존재가치, 직장에 대해서는 조직구성원으로서의 존재가치 등 상대방이 자기에게서 느끼는 ‘가치’를 높여야 한다. 여기서 ‘가치’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부인이 남편을 믿고 존경할 수 있는 인격, 직장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업무능력과 성실성 등이 그것일 것이다. 그러면 시장에 나온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해서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인간은 이성과 함께 감성을 가진 존재로서 그가 구입하는 제품에서도 이성적 차원과 함께 감성적 차원의 가치를 원할 것이다. 이성적 차원의 가치란 (자동차의 경우라면 사람과 물건을 싣고 공간을 이동하는 기능처럼) 제품 본연의 기능(function)에 의해 평가되는 가치를 의미한다. 그런데 각 제품이 그의 기능을 수행하는 수준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수준을 성능(performance)이라고 부르자. 자동차의 경우, 단위시간당 가속(加速)능력, 단위 연료소모량당 주행능력 등이 자동차의 성능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이라면 성능이 좋은 차를 원할 것이다.

인간은 어떤 제품을 통하여 (그 제품의 기본적 기능 이외에) 자기 개성의 표현이나 심미적 취향 같은 감성적 차원의 가치도 충족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동차의 경우 설계자들은 차의 형태적 스타일이나 색상, 질감 등의 요소, 이러한 요소들이 인간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키는 심리적 효과까지도 고려한다. 이런 노력을 우리는 넓은 의미에서 디자인이라고 부르자.

▼제품가치 3요소 성능-디자인-품질

인간이 이성적 차원의 가치와 감성적 차원의 가치를 모든 제품으로부터 대등하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생필품에서는 이성적 차원의 가치가 중요하고, 사치성 제품으로 갈수록 감성적 차원의 가치가 비중을 더해 가는 것 같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사치성 고급차가 될수록 외관이나 스타일 혹은 브랜드의 명성 같은 감성적 차원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제품 가치의 구성요소로서 이들 두 가지 차원 이외에 또 하나의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제3의 차원은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모든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인간은 많은 실수와 잘못을 범할 수 있고, 그 결과는 제품의 불량으로 나타난다. 아무리 고급 자동차라도 하자(defects)가 있거나 고장이 잦은 차를 ‘가치’ 있는 제품으로 느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품질관리는 모든 기업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제3의 차원을 품질(quality)이라고 부르자. 결론적으로 제품의 가치는 성능, 디자인, 품질(불량률 수준) 3개 차원으로 나누어 평가해야 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yoonsc@plaza.su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