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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이것이 궁금하다]문화재 복원은 어떻게

입력 | 2003-02-16 18:14:00

1953년 당시 광교와 주변 모습. 1958년 청계천 복개공사로 광교는 일반인이 볼 수 없게 됐다. -사진제공 서울시


청계천에는 약 20개의 조선시대 교량이 있었다. 청계천을 복개하면서 모두 철거됐고 현재 원형 실물이 남아있는 것은 광교(廣橋)와 수표교(水標橋)뿐이다.

이들 문화재의 복원을 추진해온 청계천복원추진본부는 최근 원위치 복원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교량의 길이가 복원 하천의 폭과 맞지 않는 데다 원위치에 복원하면 범람을 유발하고 교통 흐름도 방해한다는 판단 때문.

이에 대해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는 “문화재 복원 없는 청계천 복원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광교=광교는 1958년 청계천 복개 공사 때 복개물로 덮어버렸다. 난간 장식물 일부는 분실됐고 일부는 창덕궁에 보존돼 있다. 광교의 위치는 복원될 하천 물줄기의 북동쪽으로 벗어나 있다. 추진본부는 “원위치에 그대로 복원한다면 북쪽 차로에 놓여 교통 흐름을 방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원위치 남쪽의 하천으로 옮겨 복원해도 길이가 맞지 않는다. 광교는 길이 12m, 폭 15.6m, 높이 3.5m. 하천 폭(26m)보다 짧고 하천 깊이(6m)보다 낮아 복원이 어렵다는 것. 추진본부는 또 구조물이 약해져 집중 호우시 붕괴 위험이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무교동 등 제3의 장소로 옮겨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59년 청계천 복개공사 때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진 수표교. -동아일보 자료사진

▽수표교=수표교는 1959년 청계천 복개시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졌다. 길이 27.5m, 폭 7.5m, 높이 4m. 복원될 하천 폭(23m)보다 길어 원위치로 옮길 경우 하천 양쪽 차도로 2m 이상씩 튀어나온다. 높이도 하천 깊이에 못 미친다. 추진본부는 장충단공원에 그대로 두고, 원위치엔 하천 폭에 맞게 길이를 줄인 수표교 복제품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위치 복원, 불가능한가=시민위원회 조광권(趙匡權) 부위원장은 “홍수 교통대책의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 문화재 복원은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광교의 경우 북쪽 차로를 일부 통제하고, 수표교의 경우는 도로 조업공간(폭 2.5m)을 없애 차도로 이용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교량의 안전 문제는 보강공사와 석재 교체를 통해 강도를 높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수표교 복제품을 원위치에 설치하는 것에 대한 반론도 있다. 크기를 줄인 복제품은 진정한 의미의 복제품이 아니고 수표교의 모습을 왜곡시킨다는 지적이다.

원위치 복원의 목소리가 높자 추진본부는 좀 더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다른 문화재의 복원=추진본부는 광교와 수표교, 흥인지문(동대문) 옆 오간수교(五間水橋)를 제외한 나머지 교량은 관련 자료가 없어 복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오간수교의 경우 청계천 복원을 마친 뒤 복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 흥인지문으로 이어지는 한양의 성곽과 오간수교를 모두 복원해야 청계천의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 의견에 따른 것.

또 청계천이 복원되면 청계천과 관련된 다리밟기와 연날리기 등 각종 민속놀이도 ‘복원’할 예정이다. 수표교의 원위치 옆엔 물의 높이를 재던 수표석의 복제품을 세울 계획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