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었다.
국립보건원은 지난해 1년간 400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새로 확인돼 전체 감염자가 2008명으로 늘어났다고 9일 밝혔다. 그러나 실제 감염자는 확인된 숫자보다 3배 이상되는 만큼 에이즈 감염자는 5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01년까지의 감염자 1608명에 비해 약 25%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의 경우 하루에 1명 이상의 감염자가 새로 발견된 셈이다.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상태가 악화돼 환자로 바뀐 사람은 328명. 전체 감염자중 지금까지 모두 421명이 숨져 감염자 중 1587명이 살아 있다.
전체 감염자 중에서 남자는 1776명(88.4%), 여자는 232명(11.6%)이고 연령별로는 30대가 35.2%, 20대가 27.1%로 20,30대가 절반을 넘었지만 9세 이하가 11명, 10대도 31명 있었다.
감염경로가 확인된 1608명을 보면 국내 이성간 성접촉이 44.6%, 동성간 성접촉이 29.8%, 국외 이성과의 성접촉이 23.0%로 1980년대 및 90년대 초기와 달리 한국인끼리의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건원은 설명했다.
보건원 권준욱(權埈郁) 방역과장은 "외국에 비해 감염자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성개방 풍조로 동성 연애자는 물론 일반인 그룹에서도 감염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원은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올해 콘돔 자판기 1만8000대를 유흥업소와 숙박업소에 설치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에이즈연맹이 지난해 11월 성인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경험자의 14.4%만 에이즈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