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마침내 핵동결 해제의 ‘인계철선’인 폐연료봉 저장시설의 봉인과 감시카메라에까지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나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이 14일 공언한 대로 ‘북한은 이미 핵무기 제조 능력을 가졌다’는 게 IAEA의 판단. 그런 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의 추출이 가능한 폐연료봉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핵 비확산 전선에 긴급경보를 울린 셈이다.
특히 북한의 전격적이고 신속한 조치는 IAEA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북한은 12일 ‘핵동결 해제’를 경고한 이후 열흘 만에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
이는 북한의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에 따른 것이라고 IAEA는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영변에 상주하는 IAEA 사찰관 2명에게 보란 듯이 핵동결 해제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 그럼에도 IAEA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엘바라데이 총장이 14일 언급한 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 외에는 별로 없다.
IAEA 헌장 12조C항은 ‘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이 핵 안전조치협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IAEA 사무총장이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가 제재여부 결의안을 채택하며, 유엔 안보리와 모든 IAEA 가입국에 보고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IAEA는 ‘사무총장의 IAEA 이사회 보고→이사회 논의→유엔 안보리 상정’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22일 “먼저 IAEA와 핵 안전 문제를 논의하자는 나의 요청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해 곧 그런 절차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