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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금융회사 '투자체질 진단' 서비스

입력 | 2002-12-12 18:15:00



한국투신증권 홍성일 사장은 올초 여기저기에 넣어둔 여유 자금을 모아 그랜드슬램 등 한투증권이 파는 여러 펀드에 가입했다.

당분간 주식시장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주식형 펀드에 자금의 70%를 넣고 채권형 펀드에 나머지 30%를 넣었다. 초반에는 수익률이 20%를 넘었지만 4월18일 이후 주식시장이 내림세로 돌아서자 수익이 줄더니 마침내 투자원금이 줄기 시작했다.


내심 답답했던 그는 10월14일 회사가 선을 보인 자산관리서비스 ‘부자아빠클럽’에 가입하면서 9가지 문항으로 만들어진 ‘투자체질진단’ 서비스를 받았다. 결과는 ‘안정형’.

지금까지는 체질과 반대로 공격적으로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홍 사장은 이후 채권형 펀드의 비중을 늘리고 주식형 비중을 줄여 손해를 회복하고 있다.

▽왜 무엇을 어떻게 진단하나〓‘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라는 말처럼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의 투자성향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투자체질은 ‘고위험 고수익’을 원칙으로 하는 투자 활동에서 개인투자자가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고 싶고 동시에 어느 정도의 위험을 참을 수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

투자상품을 파는 금융회사도 고객의 성향을 알고 상품을 팔아야 고객만족을 높일 수 있어 많은 은행 투신사 증권사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회사마다 설문 내용과 방법, 문항 수와 시간 등은 다양하지만 주로 현재의 투자내용과 목적, 원하는 수익률과 참을 수 있는 손실의 정도 등을 묻는다.

국민투신운용은 11월1일 투자자문프로그램인 ‘KB펀드솔루션’을 개발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홈페이지(www.kbitm.co.kr)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설문결과로 갈리는 유형별 단계도 다양하지만 대체로 보수형 안정형 공격형 등의 범주를 다른 말로 표현한 것들이다.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한다〓한투증권 박미경 실장은 “한국의 많은 주식투자자들은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하지만 체질을 진단해보면 안정형이 많다”며 “진단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아는 것이 체질 진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도 많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정기예금만 이용해 온 씨티은행 반포지점의 한 고객은 “펀드는 도박”이라며 판매직원의 상품 설명을 듣기조차 꺼렸다.

그러나 이 은행이 2001년 도입한 ‘씨티골드 자산관리 플래너(CWP)’가 자신을 ‘주식 채권 균형형’이라고 분석하자 은근히 반가워하며 펀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기 싫어하는 투자자 가운데 상당 부분은 과거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장재호 씨티은행 자산관리서비스 지배인은 “씨티은행의 자산관리서비스는 고객성향 분석, 포트폴리오 추천, 개별상품 선택, 자산관리상태 점검 등 네 단계의 끊임없는 반복”이라며 “고객의 성향과 시장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성향분석도 정기적으로 반복한다”고 말했다.

▽투자교육과 치료 기능도〓물론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늘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요소와 위험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교육적 기능도 충분하다.

한투증권 박 실장은 “희망 수익률에 최대치를 써낸 고객도 참을 수 있는 위험수준이 얼마냐는 질문을 받으면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교보증권은 11일부터 주식 투자 고객의 과거 매매실적을 분석해 실패요인을 찾고 좋지 않은 투자습관을 고쳐주는 ‘프로베스트 클리닉’을 가동하고 있다.

6개월 이상 5000만원을 투자해 거래한 고객이 회사 홈페이지(www.kyobotrade.com)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계좌번호와 e메일 주소만 남기면 사흘 이내에 분석자료가 배달된다.

다음은 올 1월 5000만원을 투자해 거래했다가 12일 현재 자산이 ‘반토막’으로 줄어든 고객 김모씨의 투자성향 분석결과.

“고객님은 시장추세를 감안하지 않았습니다. 하락장에서는 매매를 줄여야 하는데 반대로 늘려 손해가 컸습니다. 또 위험관리의 첫 걸음인 손절매 원칙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프로베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김씨가 ‘주가가 매입가보다 10% 떨어지면 무조건 판다’는 원칙을 지켰다면 전체 손실을 25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