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는 회사가 ‘주주에게 도리를 다하기 위해’ 배당을 했다면 이를 칭찬해야 할까, 나무라야 할까.
배당은 회사의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중요한 방법이다. 고배당 기업은 “우리는 주주 중심 경영을 하는 회사”라고 큰소리칠 자격을 얻는다.
그런데 최근 증시에서 무조건 고배당을 고집하는 게 진짜 주주를 위한 경영이냐를 놓고 논란이 시작됐다. 논란의 발단은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고배당을 결정한 코스닥 등록기업 인선이엔티.
▽배당도 하고, 증자도 하고〓인선이엔티는 올해 6월 코스닥에 등록한 건설폐기물 처리 업체. 오종택 사장은 등록 이후 각종 인터뷰를 통해 “주주와 이익을 나누는 모범적인 회사를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주 인선이엔티는 올해 예상순이익 45억원 가운데 약 30%를 주주에게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도 배당은 주주에게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는 게 회사측 설명.
배당금액의 30.5%는 대주주에게, 나머지 69.5%는 소액주주에게 하는 차등배당 방식으로 지분이 69.5%나 되는 최대주주가 배당금은 30.5%만 가져간다. 분명 소액주주에게 큰 혜택이다.
문제는 이 회사가 배당을 할 여력이 있느냐는 점. 인선이엔티는 올해 45억원의 이익이 예상되지만 경기 남부지역에 폐기물 처리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돈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족한 돈을 메우기 위해 지난달 유상증자를 실시해 약 37억원의 자금을 주주로부터 얻어냈다.
▽무리한 배당은 주주에게 오히려 손해〓돈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로부터 37억원을 받으면서 이달 초에는 주주중심 경영을 한다며 주주에게 13억원을 돌려준 것.
이 상반된 행동 탓에 증시에서는 이 회사에 관한 뒷말이 많다. 이 회사는 올해 9월 초 확정배당과 차등배당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9월 말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배당을 재료로 주가를 띄워놓은 뒤 높은 주가를 기준으로 증자를 받아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회사 전종윤 기획실장은 “배당은 주주 중심 경영철학을 가진 대주주의 방침대로 소액주주에게 회사로서 할 도리를 다한 것”이라며 “이를 재료로 주가를 띄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회사의 의도가 어쨌건 증자를 해야 할 정도로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배당을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할 곳이 있어 돈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배당을 한 해 거르는 게 정석이다. 투자가 더 큰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주주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배당은 여력이 있는 회사가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지 돈이 없는 회사가 억지로 돈을 구해 하는 것이 아니다”며 “무리한 배당은 오히려 주주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